베이징 올림픽에서 이미 5관왕을 차지하며 개인 통산 올림픽 금메달 11개를 목에 건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미국 등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상하게도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뉴욕타임스(NYT) 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수영 경기가 열리는 '워터큐브'에서는 펠프스의 경기가 펼쳐질 때도 빈 자리들이 있고 중국의 국영 신문들은 펠프스의 소식에 침묵하고 있다.

올림픽 주요 경기장과 시설이 모여있는 올림픽그린에서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선수는 수영 선수가 아니라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미 프로농구(NBA) 스타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펠프스가 12일 자유형 2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을 때도 중국의 스포츠 신문 등에 이 소식은 주요 뉴스로 다뤄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펠프스를 알고 있고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수영은 인기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펠프스가 이룬 성과는 중국의 배드민턴 선수가 미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미국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체조나 다이빙, 배드민턴, 탁구 등에서 승리를 거두는 자국의 선수들에게 훨씬 관심을 쏟고 있고, 모든 중국인들은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육상 남자 110m허들 우승을 노리고 있는 중국의 '황색탄환' 류샹(劉翔)의 경기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다.

펠프스는 또 이번 올림픽에 나선 NBA 스타들에 의해서도 인기가 가려지고 있다.

중국 농구선수 야오밍이 뛰고 있는 NBA는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NBA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또한 펠프스가 중국 언론에 크게 다뤄지지 않는 것에는 중국의 내셔널리즘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체육대학에서 올림픽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인 학자 수전 브라우넬은 자신의 중국인 동료가 작년 말인가 올해 초에 펠프스가 얼마나 메달을 많이 딸 것인지에 관한 글을 웹사이트에 올렸다가 급진 애국주의자들에 의해 '미국이 중국 보다 낫다는 것이냐'는 식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음을 소개하면서 중국 언론이 펠프스에게 많은 관심을 보일 경우 중국인의 애국심에 불을 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언론 보도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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