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핸드볼 대표팀이 마지막 1초를 견디지 못하고 노르웨이에 패해 '금빛 우생순' 꿈을 날렸다.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1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준결승에서 노르웨이에 28-29, 1점 차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4년 전 아테네 눈물의 은메달을 금빛으로 바꾸지 못하고 동메달을 가리는 3-4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곧바로 이어진 또 다른 준결승에서는 러시아가 헝가리를 22-2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에 따라 한국은 헝가리와 23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동메달을 다투며, 러시아와 노르웨이가 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대회부터 7회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한국 여자핸드볼이 2000년 시드니대회 이후 준결승에서 패한 것은 두번째다. 다른 대회에서는 모두 결승에 올랐고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따냈다.

초반부터 불안했다. 한국은 허순영(오르후스)이 골문 앞 터닝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한 골씩을 주고받는 접전을 계속하다 전반 7분 7m 던지기를 허용하며 3-5, 2점 차로 뒤졌다.

레프트백 최임정(오르후스)이 계속 막히자 홍정호(오므론)를 대신 투입한 한국은 4-6으로 뒤지던 11분 홍정호가 외곽 슈팅을 꽂은 데 이어 수문장 오영란(벽산건설)의 선방이 나왔고 곧바로 오성옥(히포방크)의 제자리 외곽 슈팅이 네트를 가르며 6-6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를 뒤집은 것은 17분부터였다. 7-8로 뒤지던 한국은 상대 센터백 그로 하메르셍이 2분 퇴장 당한 사이 안정화(대구시청)의 왼쪽 측면 슈팅이 골키퍼 맞고 나오자 박정희(벽산건설)가 리바운드를 따낸 뒤 골망을 갈라 다시 균형을 맞췄다.

이어 문필희(벽산건설)의 외곽포를 시작으로 오성옥, 안정화가 득점에 가세, 4골을 몰아넣으며 12-8, 4점 차까지 달아났다.

승기를 잡은 듯했지만 노르웨이는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전반 막판 문필희가 2분 퇴장 당한 사이 한국은 노르웨이에 계속 속공을 허용했고 결국 간발의 리드를 잡은 15-14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한국은 다시 위기에 놓였다. 박정희의 측면 슈팅과 홍정호의 7m 던지기가 상대 골키퍼에 연달아 막히고 박정희가 패스를 잡지 못해 공격권을 넘겨주는 등 흔들리는 동안 수비 조직력도 느슨해졌고 속공까지 연달아 허용했다.

후반 9분 한국은 16-19, 3점 차까지 뒤졌고 임영철 감독은 바로 작전 시간을 요청했다.

한국은 허순영이 얻어낸 7m 던지기를 홍정호가 성공하며 17-19로 따라갔지만 다시 상대에게 7m 던지기를 내주며 제자리 걸음을 했다.

후반 12분부터는 오히려 점수를 더 내줬다. 한국은 허순영이 2분 퇴장 당한 사이 계속 점수를 허용하며 후반 15분에는 19-23, 4점 차까지 벌어졌다.

오영란 대신 후보 골키퍼 이민희(용인시청)가 골문을 지키며 2차례 선방을 해준 틈을 타 홍정호와 박정희가 연달아 골네트를 가르며 22-24, 2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점수를 더 좁히지는 못했다. 결정적인 슈팅은 상대 골키퍼에 막히고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경기 종료를 5분 남기고 한국은 23-27, 4점 차로 뒤졌다.

그래도 태극 여전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25초를 남기고 안정화의 돌파와 허순영의 터닝 슈팅이 이어져 27-28,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어 문필희가 6초 전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가는 듯했지만 종료 직전 노르웨이 센터백 하메르셍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임영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종료 버저가 울린 뒤 골이 들어갔다며 항의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선수단은 이에 불복, 경기 직후 국제핸드볼연맹(IHF)에 정식으로 소청을 제기했고 IHF는 소청을 심의해 22일 오후 3시까지 결과를 통보하게 된다.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은 노르웨이와 28-28 상황에서 연장전을 치르게 되지만 비디오 판독을 인정하지 않는 IHF가 우리의 소청을 받아들이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