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결정적 순간 '해결사' 노릇 톡톡

대한민국 야구 금메달!지난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 야구 결승 한국-쿠바 전에서 3-2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항상 금메달이 걸린 경기는 TV로만 시청하다 오늘 직접 해보고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니 실감이 안 나네요. 믿어지지 않습니다."

천하의 이승엽(32·요미우리)에게도 금메달이 귀하고 소중했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 부진했던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던 모습이었으나 전날 일본과 준결승전, 이날 쿠바전에서 2경기 연속 결승 투런포를 터뜨리며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끈 그를 언론과 팬이 그냥 둘 리 만무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로 돌아와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자신 쪽으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이승엽, 금메달 만한 선물이 없죠!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이승엽이 24일 오전 베이징 프라임호텔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던 중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9경기에서 전승을 거둬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약속을 이승엽은 지켰다.

본선 풀리그에서 부진했지만 언젠가 한 방을 때려줄 것이라는 김경문 감독과 동료의 변함없는 믿음을 등에 업고 그는 중요한 두 경기에서 대포를 두 방이나 터뜨렸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이승엽의 여정은 멀고도 험했다. 지난해 10월 자신을 괴롭혀 온 왼손 엄지를 수술했다.

당시 인대를 수술하면서 이승엽은 "재활 탓에 12월 올림픽 아시아예선에는 못 가지만 혹시나 있을 내년 3월 최종예선에는 꼭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승엽은 정말로 대표팀에 왔다.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은 뒤 김경문 감독의 이승엽에 대한 무한신뢰는 이 때 굳어졌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왼손 엄지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했고 타격폼이 흐트러졌다. 결국 이승엽은 4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갔다.

이승엽의 재활은 더뎠지만 약간씩 회복세를 나타냈고 결국 지난달 말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1군으로부터 승격을 받았다.

'2군에 추락한 주포'라는 비난이 만만치 않았던 데다 1군에서 보여준 성적도 없어 그는 대표팀 합류를 쉽게 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과 올림픽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요미우리와 담판을 통해 과감하게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4번의 중책을 맡기는 했으나 이승엽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이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본선 풀리그에서 22타수3안타의 빈타에 허덕였다. 미국전에서 2루타로 딱 한번 팀에 기여했을 뿐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다 22일 일본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 투런 아치를 쏘아 올린 뒤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동료와 후배에게 그동안 너무 미안했고 볼 낯이 없었다"면서 부끄러워했다. 주포의 책임감에서 흐르는 눈물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쿠바전에서도 1회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결승 투런포를 꽂았다.

그의 홈런이 나오면 대표팀 투수와 타자 할 것 없이 모두 안심했고 대표팀은 유리하게 경기를 이끈 끝에 너무도 고결한 금메달을 따냈다.

이승엽은 "후배들이 너무 잘 싸워줬다. 금메달은 온전히 후배들의 몫이다"고 공을 동생들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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