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10대 트레킹 코스 마지막편 유서 깊은 고갯길 문 경 '하늘재'

미륵리5층석탑.

하늘재(525m)는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에서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갯길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가 북쪽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기 156년 '계립령(鷄立嶺)'을 개척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하는데 그 계립령이 바로 '하늘재'로 조선시대에 문경 새재가 개척되기 이전까지 가장 중요한 통로였다. 기록에 따르면 영주의 죽령보다 2년 앞서 만들어졌다.

하늘재를 안고 있는 포암산(布岩山)은 이름 그대로 베가 하늘에서 드리워진 듯 급하게 땅으로 내려오는 바위절벽들이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그 바위 절벽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낙락장송들은 고갯길을 넘어가는 옛 화가들로 하여금 봇짐에서 자신도 모르게 붓과 종이를 빼게 했을 것이다.

걷기쉬운 하늘재의 큰길.

멀리보이는 남서쪽의 주흘산과 서쪽의 월악산 또한 비범한 용모로 이곳을 쳐다보고 있다.

수많은 계곡과 아름드리 소나무와 이쑤시개처럼 쭉쭉 곧은 낙엽송 숲들은 그래서 하늘재를 포함한 이곳을 '월악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게 했다.

어떤 이는 '하늘재'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이 고개의 동쪽은 문경시 문경읍의 관음리고 서쪽은 충주시 상모면의 미륵리인데, 관음과 미륵을 이어주는 길이니 어찌 하늘에 이르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자연탐방로에 있는 맑은 물을 자랑하는 계곡.

이곳 주변에 불교 유적이 유달리 많이 충분히 이런 해석이 나올 만 하다.

초가을의 하늘재는 지금 계곡과 오솔길 곳곳에 물봉선, 노란괴불주머니와 벌개미취를 뿌려놓으며 트레킹족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곳의 트레킹은 문경쪽에서 시원스레 뚫린 아스팔트 길로 하늘재 꼭대기까지 올라와 충북 충주시 쪽으로 넘어가면서 시작된다.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세계사까지 이어지는 코스의 길이는 1.3km.

망댕이 사기요가 만들어진 가마터.

내려가는 길은 자동차로도 쉽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폭이 넓고 '하늘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경사는 느리다. 구두를 신고도 불편 없이 걸을 수 있다.

길 옆은 줄곧 60~80년 정도의 붉은 소나무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낙엽송 군락이 이어진다. 그래서 코스 대부분은 하늘도 가려지는 숲 터널이다.

시원한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시고 산이 내 뿜는 차가운 기운을 피부로 느끼는 것도 트레킹의 즐거움이지만 백미는 아무래도 자연관찰이다.

이를 고려해 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곳곳에 자연관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동식물 소개, 숲과 나무의 기능 설명 등이 있는 팻말을 설치해 놓았다.

내려가는 길 옆에 물이 흐르는 계곡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 즈음 신통하게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난다.

위에는 물이 없고 여기서부터 비로소 물이 흘러 아래로 내려가는 작은 옹달샘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옹달샘에 작은 버들치들이 놀고 있다. 하천에서 최상류 끝까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이곳까지 다다른 이놈들의 생명력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곳 표지판에 따르면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산양과 하늘다람쥐, 멸종위기 식물인 망개나무와 솔나리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숲이 깊다는 말이다.

내려가는 코스는 시종일관 완만하다.

문경 출신으로 경북도청에 근무하는 서원 씨(관광마케팅기획계장.50)는 하늘재에 대해 "나라를 잃은 신라 마의태자가 이곳을 지나간 유서 깊은 고개"라며 "포암산으로 이어진 대간 줄기에는 지금도 신라시대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의 끝 미륵리에는 '미륵대원터'가 있다. 고려시대에 마방과 사찰의 기능을 동시에 했던 아주 특이한 곳이라고 한다. 옆에는 보물과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5층석탑, 입상석불, 귀부, 석등 등이 있다.

미륵리에서 다시 발길을 되돌려 곧바로 올라가면 왔던 길이고 왼쪽으로 계곡 다리를 건너면 자연탐방로가 나온다. 내려왔던 길보다는 다소 가팔라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지만 가을 행보에서 땀을 흘릴 정도는 아니다.

자연탐방로에 들어서면 바로 자그마한 계곡이 나온다. 내려 올 때의 계곡과 다른 물이다. 김밥을 싸 왔다면 큰 바위 서너 개가 물가에 앉아 있는 곳에 올라 잠시 허기를 달랠 만하다.

이곳 자연탐방로를 통해 30분 정도 걷다보면 금방 원래의 출발지점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해서 1시간 30분~2시간 정도가 걸린다.

하늘재 가는 길에는 곳곳에 도자기를 굽는 가마터가 있다. 특히 하늘재 아래의 관음리에 가면 8대째 이어오고 있는 국내 최고(最古)의 사기요 전수자인 김영식씨가 소유·관리하고 있는 망댕이 가마터가 있다.

서원 씨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들기 때문에 문경도자기는 아직도 전국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 전한다.

문경에서 하늘재는 새재의 인기에 가려 찾는 이가 적다. 이곳은 새재와 달리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산길을 간직하고 있어 다른 차원의 감동을 준다.

하늘재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남김천-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 나들목-문경읍-901번 지방도 동로방향-용연리-갈평리-관음리-하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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