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의 문제는 인류 역사가 존재하는 한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과제일 것이다. 어떻게, 얼마나 투자하고, 가르치고, 먹이고, 입히고, 건강하도록 키워야 하는 것은 부모 된 모두의 관심사일 것이고, 그렇다면 기왕이면 남들보다 더, 더, 더 잘 키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녀들을 돌보게 된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가 원하는 방향, 원하는 수준으로만 성장해 주지 않는데 부모의 딜레마가 있다. 자녀들은 부모의 의도대로 성장해가는 인간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리고 아직은 세상적인 경험이 부족하지만 자녀들도 역시 나름대로 고귀한 인격과 의지를 소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들과 마찰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자녀들은 성장해 가는 것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마찰은 건강한 쪽에서 볼 때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양육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 한 가지를 전제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자녀들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설정해 놓고 접근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부모들에게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의 문제는 한결같이 ‘공부’ 아니면 ‘성적’ 아니면 ‘좋은대학’인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불필요하거나 덜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지식만이 만능은 아니라는 사실도 겸허히 수긍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지식이라는 것은 삶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도구를 도구답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도구를 선용할 수 있는 인격이 먼저 겸비되어져야 한다. 인격이 바닥난 사람에게는 아무리 질 좋은 지식의 도구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남용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보도 셰퍼>가 쓴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후편 ‘13살 키라’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긍정성과 더불어 돈 관리법을 가르쳐주는 어린이용 경제 이론서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돈보다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 즉,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주인공 키라와 하넨캄프 할머니의 대화 중에 ‘도넛’이 주제가 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키라의 질문은 계속 되었다. ‘도넛의 링이 돈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상징한다면, 그럼 구멍은 뭘 상징하죠?’ ‘구멍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알맹이를 상징한단다. 많은 사람들이 알맹이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눈에 보이는 성공만을 따르지만 행복해지려면 물질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좋은 알맹이를 갖추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단다.’ ‘좋은 알맹이가 뭔데요?’ ‘그건 바로 너의 인격이란다. 인격은 돈을 주고서는 살 수 없지. 훌륭한 인격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우선 너는 이 세상에 혼자 사는 것이 아니란 것 알아야 해. 또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을 도와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단다. 다른 사람들의 세계가 너로 인해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말이야. 구멍 없는 도넛은 도넛이 될 수 없듯이 알맹이가 없는 사람은 속이 빈 사람이야. 돈만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단다.’ ”

사람은 행복할 특권이 있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투자하고 안달하는 것도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서다. 그러나 행복은 외부적인 조건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 내면 속에 좋은 알맹이를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인도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도넛을 앞에 놓고 도넛의 링만 보지 않고 둥근 구멍을 보면서, 그 구멍에 채워야 할 그 무엇을 가르치는 작가 ‘보도 섀퍼’의 지혜가 돋보인다. “구멍이 없는 도넛이 도넛이 될 수 없듯이, 알맹이가 없는 사람은 속이 빈 사람이야. 돈만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단다.” 라는 말의 의미를 새겨야 할 필요성이 있다. 돈보다도, 지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인격’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푸름의 5월이다. 자녀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자녀들을 보면서 “무엇이 더 중요할까?” 에 대한 질문이 있어지는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자녀들의 외적인 성장보다는 내면의 성장을 추구하는 아름답고 화창한 5월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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