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기획탐사 - 형산강(6)

'형산강' 탐사팀이 2차 탐사구간인 포항시 남구 상대동 상대수문에서 경주시 강동면 국당교 구간을 탐사하고 있다.

고기잡이 통통 배가 오가고, 갈매기가 나는 형산강 하구에서 수치(숭어 새끼를 지칭)와 꼬시래기(문절망둑)를 낚는 낚시꾼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요즘은 꼬시래기와 수치가 한창 잘 잡히는 철이라 형산강 하구에는 평소보다 많은 낚시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여기서 형산강 하구란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송도해수욕장 동쪽끝 방파제에서 포항의 관문이자 포항시와 경주시의 경계지점인 형산(兄山) 바로 밑까지를 이른다. '형산강' 시리즈 탐사팀은 지난 2주간에 걸쳐 형산강 하구를 집중 탐사했다. 탐사 결과 형산강 하구는 한마디로 포항시민의 젖줄도, 한폭의 풍경화도 아니었다. 형산강 하구는 그야말로 쓰레기 등 각종 오염원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포항종합운동장 뒷편 형산강 하구에 있는 소형어선들. 형산강 하구에는 이들 고기잡이 어선들이 환경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

■ 포스코가 발벗고 나서야

탐사팀은 먼저 포항제철소 북쪽 경계지역인 형산강의 남쪽 하구를 탐사키로 했다. 이곳은 일부 극성 낚시꾼이나 둔치 텃밭에서 채소를 경작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포항에 오래살고 있는 사람조차도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으로 여기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가기위해서는 포스코 대교 끝지점에서 우회전한 뒤 다리밑을 통과해 포항제철소 환경감시탑 입구문에서 U-턴해 들어가야 했다. 차량 진입이 가능하지만 주차 공간이 없는 만큼 걸어 가는 것이 편하다.

포스코 대교 밑에 내려서는 순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포항제철소에서 나오는 공해가 바람을 타고 형산강변쪽으로 불어오기 때문으로 여겨졌다.

포항 연일배수펌프장에서 정화되지 않고 형산강으로 배출되는 시커먼 오폐수.

하구쪽으로 조금 내려가자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과 둔치 텃밭에서 김을 매는 사람 몇 명 눈에 띄었다. 조금더 내려가자 '종철수문'이름의 경고판이 보였다. 홍수시 포항제철소내 물을 형산강변으로 내보는 것인지 아니면 폐수를 흘려보내는 것인지 경고문 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이곳서부터 쓰레기가 점차 많아지기 시작해 바다와 가까운 하구로 내려갈수록 더욱 많아졌다. 그야말로 엄청난 쓰레기들이 뒤범벅인 채 강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비닐, 병, 그물, 낚싯대, 나무, 농약병, 플라스틱, 물고기 잔해, 스티로폼, 각종 옷가지, 가재도구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이번 여름 불빛축제 때 터뜨리고 남은 폭약 잔해도 보였다. 대부분은 형산강 중·상류의 강변이나 소하천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빗물에 씻겨 하류로 떠내려온 것들이었다. 트럭 수십대 분, 아니 수백대 분은 족히 되어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많은 쓰레기를 누가, 어떻게, 빨리 치우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이 많은 쓰레기가 큰 비에 휩쓸려 영일만으로 흘러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다행히 올해는 아직 태풍이 없어 이곳 쓰레기들이 영일만으로 흘러들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는 것이다.

형산강 환경 지킴이 대원들이 도보 탐사를 하며 강주변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태풍때면 청림동~동해면~대보면~구룡포읍의 각 해안가에 밀려오는 각종 쓰레기들의 주범이 바로 형산강을 비롯한 냉천(청림동) 등 포항 인근의 하천에서 떠내려온 것들이다. 탐사팀은 이 엄청난 쓰레기의 현장을 목격한 후 포스코가 형산강 하구만이라도 쓰레기 수거 등 형산강 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을 함께 했다. 물론 포항철강공단업체들의 동참도 필수적일 것이다. 이 많은 쓰레기를 치우는데는 적지않은 인력과 경비가 들 것이다.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포스코는 지금 포항시 각 읍·면·동과의 자매결연이나 전 직원이 참여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지역 협력이나 상생은 포항시민의 젖줄이자 포스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형산강 하구를 살리는 데 앞장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포항제철소장이 직접 현장을 답사한다면 탐사팀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린 앤 크린(Green & Clean)'를 표방하고 있는 포항제철소는 어느 기업 보다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형산강은 국가(국토해양부)가 직접 관리하는 1급하천이다. 형산강 하천이나 수질오염 등을 직접 관리, 감독하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나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의 경우 형산강하구에 이같이 많은 쓰레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기자가 두 기관의 공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답변은 "빠른 시간내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알아보겠다"는 사무적인 답변만 들었을 뿐이었다.

■ 상대수문~국당교 구간

형산강변의 각종 들풀과 어린나무들은 다소 거센 강바람(하늬바람-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가을날씨 속에 강둑에서 바라본 형산강은 아름답고 평화로왔다. 갈대, 갯버들, 족제비사리, 환삼덩굴, 갈퀴덩굴 등 다소 키 큰 식물과 수크렁(또는 크렁), 털쑥부쟁이, 창질경이, 망초, 도꼬마리 등 키 작은 식물들이 한데 어울려 형산강만의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둑에서 바라본 형산강의 모습과 강물가까이서 바라 본 형산강은 큰 차이가 있었다. 포항시 남구 상대동 종합운동장 뒷쪽 상대수문에서 경주시 강동면 국당리 국당교 구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곳곳에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와 어민들이 버린 고기잡이 어구, 텃밭을 일구며 농사짓다 버린 각종 생활 용품 등이 한데 뒤섞여 나뒹굴고 있었다. 윗쪽으로 올라갈수록 육안으로도 탁도가 심했고, 강물도 검붉은 색을 띄었다.

다행히 포항시 남구 상대동 하수종말처리장 배수구에서 형산강으로 흘러나오는 오수는 깨끗해 보였다. 형산강환경지킴이 김등만 집행위원장은 "1년전 1차 형산강탐사때보다 배출구에서 나오는 오수보다 더 깨끗해 진 것 같다"며 "아마 하수종합처리장의 증설로 오폐수 처리량이 더욱 증가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연일배수펌프장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는 심한 악취의 구정물이었다. 어떻게 이같은 오폐수가 정화도 되지 않고 배출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배수펌프장은 홍수시 지대가 낮은 주택가 쪽의 물을 퍼올려 형산강으로 내보는 시설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시커먼 오폐수가 정화도 되지 않은 채 형산강으로 흘러들다니…….

연일대교를 지나자 형산(兄山), 제산(弟山) 협곡 때문인지 강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강물이 심하게 일렁거리자 햇빛에 반사된 포말은 은빛 물결로 반짝였다. 하지만 그 포말은 단순한 물거품이 아니었다.

오주택회장은 "저 물거품을 자세히 보면 강물이 부영양화하기 때문에 생기는 거품임을 알 수 있다"며 "형산강 하구가 이미 질소(N), 인(P) 등으로 부영양화가 심각한 상태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효자동 SK아파트와 유강코아루 아파트 앞 배수구(수문)에서도 심한 악취의 생활오수가 그대로 형산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유강리 아파트단지 집입교각인 인터체인지 다리밑에서 낚시꾼 4명이 숭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또 그곳에서는 실내포장 2곳이 무허가로 영업하며 숭어회를 팔고 있었다. 기자가 한접시에 얼마냐고 묻자 "2~3만원"이라고 했다. 납으로 된 숭어잡이 추도 팔고 있었다. 포장마차 주인은 "이곳에서 낚시꾼들이 절대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만큼 무허가 영업을 한다고 남구청에 신고 만은 하지말라"고 애원했다. 형산강 바닥에는 낚시추와 폐그물 등 낚시꾼과 고기잡이 어민들이 버린 어구들이 있다고 오 회장은 귀띔했다.

연일읍 자명리 구 효자검문소 앞에는 형산강물을 취수해 포항시민들의 식수로 사용하기 위한 취수정이 있다. 그 바로 밑에 조그만 섬이 있고, 보가 있었다. 보 주위에 물고기가 많은 때문인지 각종 철새들이 먹이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철새들을 사진에 담기위한 조류학자 및 사진 작가들의 모습이 여러명 눈에 띄었다. 형산강이 철새도래지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라면 형산강 하구는 어느 순간에 철새들이 찾지않는 신음하는 강으로 변할 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 효자검문소 건물 옆에서 점심을 먹다보니 언제 알았는지 포항시청 상수도사업소 장화식 과장이 나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포항시의 상수도원인 형산강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뜻에서 나 온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탐사팀은 점심을 하면서 적어도 포항시 공무원중 상하수도사업소, 재난관리과, 환경보호과 등 형산강과 관련 있는 부서의 직원이라며 형산강 탐사는 필수라는 생각을 함께 했다.

조금전 종합운동장 뒤 조정 경기 탑승대에서 낚시를 하던 한 노인이 "몇년전만 하더라도 꼬시래기를 잡으면 기형이 많았는데 요즘은 많이 준 것 같다"며 "강물이 깨끗해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기자는 그 노인의 말이 정말이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형산강 수질 탐사를 숙제로 남겨 놓은 채 2차 탐사를 마쳤다. 형산강 하구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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