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식수원 근간 '국당교~사방교' 감시 없는 사이 온갖 쓰레기로 '몸살'전설의 '효불효교' 하천도 濁水 흘러 구간별 환경지킴이 등 제도 마련 시급

경주시 강동면 국당리 국당교 윗쪽 '효불효교'라 부르는 인공보에는 '홀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전설이 전해진다.

비라도 곧 내릴 듯 흐린 날씨를 보인 지난 7일 오전. 형산(兄山)과 제산(弟山)의 협곡인 유강 외팔교 윗쪽인 경주시 강동면 국당교. 이곳에서 '형산강' 기획 시리즈 취재를 위한 3회차 도보 탐사를 시작했다. 강동면 소재지 앞에 있는 국당교는 포항 사람들도 경주 보문단지로 가기 위해 많이 이용하는 길목이다.

국당교를 출발해 400여m 정도 거슬러 올라가자 조그만 보(洑)가 나왔다. 시멘트 콘크리트로 낮게 물막이를 해 놓았다. 보 주위에 크고 작은 돌들이 많이 놓여져 있는 것으로 짐작해 다리(국당교)가 놓이기 전 마을 사람들은 이 징검다리를 통해 형산강을 건너 다녔을 것으로 추정됐다.

포항시민들이 먹는 수돗물을 취수하는 유강 취수정 윗쪽 형산강변에는 낚시꾼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엄청나다.

멀리서 바라본 징검다리는 물장구 치고 놀던 어린시절이 떠올라 낭만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니 아름다운 추억은 금방 깨어지고 말았다. 보 주위의 물 색깔이 구정물처럼 매우 혼탁했기 때문이다. 이 보는 홍수시 하천 바닥의 토사가 하류로 휩쓸려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인공보였다.

국당리 사람들은 이 보 징검다리를 '효불효교(孝不孝橋)'라 불렀다. 즉 옛날에는 강에 놓인 큰 징검다리를 밟고 형산강을 건너 다녔다는 것. 그리고 징검다리 돌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안강읍 대동리 낚시 포인트에는 강물이 부영양화때문인지 물방울이 계속해 생기고 있었다.

"옛날 이 마을에 홀어머니와 아들 칠형제가 의좋게 살았다. 하지만 언제부터 홀어머니는 밤이면 아들 몰래 개울을 건너 옆마을 사내를 만나곤 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밤 어머니는 몰래 옆 마을을 향했다. 일곱 형제는 몰래 따라가 치마를 걷은 채 뼛속까지 시린 찬 개울을 건너 옆마을 사내 집으로 가는 어머니를 보았다. 홀어머니가 행여 다칠세라 일곱 형제는 걱정이 앞섰다. '돌아가신 아버님께는 큰 불효를 짓는 일이지만 살아 계신 어머님을 위해 다리를 놓아 드리자' 형제들은 의기 투합해 아무도 모르게 큰 돌을 날라와 징검다리를 놓아주었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안 어머니는 대성통곡하며 크게 뉘우쳤다. 이 다리는 살아 계신 어머니에겐 '효도'를, 돌아가신 아버지에겐 '불효'를 한 다리라 해서 '효불효교'라 불렀다. 또 일곱 형제가 놓았다해서 '칠자교'라 부르기도 했다."

칠평천 인근 강둑에는 어느 PC방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석고보드, 유리등의 쓰레기가 무더기로 버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전설은 이 곳 외에 경주 남천에도 똑같은 전설이 있어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당교에서 경주 방면 국도와 영천 방면 국도가 합류하는 강동대교까지는 약 2km. 물굽이가 오른쪽으로 틀기 직전 형산강은 다시 남쪽 천북면쪽에서 흘러오는 지류인 '왕신천'과 합류하고 있었다.

강동대교를 지나자 다소 넓은 갈대 숲이 1km 정도 이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갈대 숲에 낚시꾼들의 차량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많이 다녀서인지 이곳 저곳에는 찻길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동행한 형산강환경지킴이 오주택 회장은 "낚시꾼들이 차를 몰고와 텐트치고 숙식을 하며 직업적으로 낚시를 하고 있다"며 "형산강 오염은 불법 텃밭 경작과 낚시꾼들이 버리는 각종 쓰레기, 축산 폐수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몇년전만해도 형산강 하구 오염의 주범은 단연 경주시민들의 생활 오폐수였다. 하지만 경주시와 안강 등 2군데 하수종말처리장이 완공됨으로써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제2강동대교 직전에 있는 외팔교(인동교) 아래에서 낚시꾼 몇명이 텐트를 치고 숙식까지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는 일회용부탄가스, 음식물찌꺼기, 옷가지, 낚시도구, 떡밥, 미끼 등 각종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큰 구덩이를 파고 음식찌꺼기와 각종 쓰레기를 묻은 곳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큰 비가 온다면 이 쓰레기들은 그대로 포항시민들의 식수원인 형산강 하구쪽으로 휩쓸려 떠내려갈 것이 뻔했다. 포항시민들이 이 현장을 한번만이라도 목격한다면 수돗물을 그대로 먹을 수 있을까. 만약 포항·경주시 환경공무원들만이라도 이 곳 현장을 한번쯤 답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 지 궁금해졌다.

낚시꾼들에게 이곳에서 숙식 등 취사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자 되레 큰 소리로 대들었다. 주위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는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가 아니며 오히려 다른 낚시꾼들의 쓰레기 투기 행위를 자신들이 단속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적반하장(賊反荷杖)' 그 자체였다. 도대체 경주시 하천관리 담당 공무원은 이같은 사실을 아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국가하천인 형산강의 하천 관리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일선 시·군(포항시와 경주시)에 업무를 위임해 놓고 있다.

형산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하천 부지(특히 갈대 등 생태보존 지역)안의 차량 통행과 불법 경작 행위를 막고, 취사 등 낚시꾼들의 쓰레기 투기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이 시급함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오 회장은 "포항시민들이 먹는 상수원 위에 온갖 오염행위가 벌이지고 있지만 누구하나 관심을 갖거나 관리, 감독하는 사람이 없다"며 "낙동강처럼 구간별 환경지킴이 배치 등 오염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동마을 입구인 제2강동대교에서 형산강은 다시 오른쪽의 제법 큰 지천인 기계천과 합류했다. 기계천을 따라 양동마을에 펼쳐진 넓은 들판이 바로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의 500년 세거지인 양동마을의 터전이 된 안강들이다. 기계천과 양동 마을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언급하고자 한다.

제2강동대교 아래에서는 포크레인을 동원해 버드나무 등 각종 나무가지를 뽑아내고 있었다. 홍수시 물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것.

몇년 전 홍수때 제방이 터진 곳을 지나자 경주시 축산폐수공공처리시설이 한창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는 일대 축산농가에서 배출되는 축산 폐수를 처리한 후 형산강으로 내보내는 시설이다. 바로 위에는 안강하수종말처리장과 함께 정수 처리된 오수가 배수관로를 타고 형산강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육안으로는 지난번 탐사 때 본 포항시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오수보다 훨씬 깨끗해 보였다.

안강하수종말처리장 300여m 윗쪽에서 형산강은 다시 안강읍소재지에서 흘러오는 칠평천과 합류했다. 칠평교에서 형산강은 다시 왼쪽(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칠평교를 지나 사방리 방면으로 안강우회도로가 새로 개설되었다(아직 미 개통). 이 도로 옆으로 나 있는 형산강 제방 역시 몰래 버린 각종 쓰레기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석고보드와 두꺼운 테이블 유리 등 한 트럭분의 쓰레기를 몰래 버린 곳이 있었다. 이곳 저곳을 뒤져 '시즌아이' 메뉴표, 'PC 방' 등의 상호와 주소를 알아내어 고발키로 했다.

갑산 안강쓰레기소각장을 지나자 강 가로 갯버들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갯버들'은 '개울가에서 자라는 버들'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버들강아지' '버들개지' 등으로도 불린다. 봄이 되면 물오른 어린가지는 연초록색을 띠며 꽃눈이 햐얗게 보이는데 그 모습이 귀엽고 앙증스러워 '버들 강아지'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윗쪽 대동리 한 배수관로에서 시커먼 폐수가 형산강으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었다. 양은 많지 않았으나 물 색깔과 냄새로 보아 축산 폐수가 틀림없었다.

이날 오후 늦게 '약수'로 소문난 사방리의 사방교에서 탐사를 마치니 형산강둑에 곱게 핀 들국화 꽃이 한아름 눈에 들어왔다.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에게 형산강은 말없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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