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해안에서 건조 되고 있는 겨울 별미 '과메기'.

"동해안 어느 지방 선비가 겨울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가기 위해 해안가를 걸어가는데 민가는 보이지 않고, 배는 고파 오는데 해변을 낀 언덕 위 나뭇가지에 눈이 꿰인채로 꾸덕꾸덕 얼말려 있는 것을 찢어 먹었더니 너무나 맛이 좋아 과거를 보고 온 선비는 집에서 겨울마다 청어나 꽁치 등 눈을 관통할 수 있는 어류의 눈을 꿰어 얼말려 먹었다."

음력 동짓달 추운 겨울에 잡힌 청어를 배도 따지않고 소금도 치지 않은 상태로 엮어 부엌앞이나 처마밑에 겨우내 걸어놓는 과메기, 이는 포항 해안가의 목가적인 풍경이며 겨울 대중 먹거리에 대한 최초 기록이 아닐까.

부쩍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도 과메기를 건조하는 어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김우수기자 woosoo@kyongbuk.co.kr

과메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포항의 대표 특산품인 '과메기'가 본격 출하를 시작하면서 구룡포 과메기 덕장에는 과메기를 말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채 겨울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과메기는 어쩌면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이 살던 고향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과메기가 토착민에게는 향수를, 외지인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먹거리에 의한 시정홍보에도 한 몫하고 있다.

배를 가른 꽁치를 깨끗이 씻어 바닷바람에 사나흘간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서 만든 겨울철 별미 과메기, 눈을 뚫어 말렸다는 의미의 '관목(貫目)어'란 말이 변형돼 과메기로 불리고 있다.

과메기는 '구룡포 과메기'를 원조로 친다. 이는 구룡포 해안이 과메기를 말리는데 최적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옛부터 과메기는 임금님께 진상될 만큼 그 맛과 영양이 풍부했다. 현재는 청어 대신 어획량이 많고 말리기 쉬운 꽁치로 바뀌었으나 맛은 그대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매년 겨울이면 연일과 장기 두 곳에서 맨 먼저 청어가 잡혀 진상품으로 선정됐다고 적혀있다.

포항에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한 11월 중순부터 구룡포읍을 중심으로 지역 내 400여 개 농가에서 본격적인 과메기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지금 구룡포는 과메기와 오징어 피데기가 지천이다. 해안가 덕장마다 꽁치와 오징어를 말리는 아낙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뿐만아니라 오전 9~10시경 구룡포 경매장을 찾으면 그날 잡아 올라온 대게 경매를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해안가 갯바위에 앉아 초겨울의 포구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

이번 주말은 짠냄새 풍기는 구룡포로 차를 몰아보면 어떨까.

포항에서 포스코를 지나 호미곶으로 향하는 31번 해안도로를 달리면 하얀 모래밭, 파도에 일렁이는 고깃배 등 여유로운 광경이 펼쳐져 있다. 거기다 겨울이면 구룡포 해안 곳곳에 과메기 덕장이 늘어서 있다.

12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구룡포 사람들은 과메기 건조작업에 겨울 한 철 매달린다.

울릉도가 오징어 말리기에 최적의 기후인 것처럼 구룡포는 과메기를 만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겨울철 북서풍과 영일만 해풍이 밤낮으로 불어와 맛있는 자연건조 과메기를 만든다.

특히 2007년 7월 16일자로 포항·구룡포 지역이 과메기 산업특구로 지정받아 포항·구룡포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메기를 포항·구룡포 과메기라 부르는데도 오죽하면 타지역 과메기도 구룡포 산이라 속여서 팔까.

전통 향토 식품과는 달리 과메기는 생산 장소에 따라 품질과 맛의 차이가 현저하다. 품질과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꽁치의 선도, 바람, 온도, 청정한 바닷물 등 이다.

국내산 꽁치는 크기가 작고, 지방이 적어 건조·발효 시켰을 경우 과메기 특유의 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형화 된다. 원양산 꽁치는 어획 직후 바로 영하 40℃이하에서 냉동돼 세균과 미생물 등이 제거되며, 과메기의 맛을 결정하는 지방분이 다량 포함돼 있다.

노천 덕장에서 꽁치를 말리는 과정에 바람이 너무 세면 꽁치가 겉마르게 되면서 비린 맛이 난다. 또 바람이 한쪽 방향에서만 불게 되면 꽁치가 골고루 건조되지 않는다. 때문에 구룡포·대보·장기·동해면 일원은 지형적으로 영일만과 호미곶의 완만한 능선을 따라 대륙의 차가운 북서풍이 영일만을 거쳐 호미곶을 넘어오면서 소금기 머금은 해풍으로 변한다. 이 바람을 270도 방향에서 받게 돼 바람속에포함된 염분은 꽁치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부패를 막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더구나 구룡포 일원은 영하 4~5℃에서 영상 10℃의 적절한 온도 조건이 과메기 생산의 최적지다.

진용숙기자 ysjin@kyongbuk.co.kr

과메기 영양학적 가치는?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메기가 성인병과 고혈압, 동맥경화예방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과메기는 고도의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심근 경색방지와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또 숙취 예방에 좋은 아스파라긴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술에 취하는 것을 억제해 주며 핵산 성분이 숙성과정에서 점점 늘어나 노화현상과 체력 저하, 뼈의 약화, 뇌의 쇠퇴, 피부 노화 등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이외에도 빈혈치료, 골다공증 예방, DHA가 다량 함유돼 있으며 필수 아미노산, 성장기에 필수 아미노산인 알기닌과 메치오닌이 100g 당 다량 함유돼 있다.

과메기는 등 푸른 생선답게 고도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꽁치를 말리다보면 저절로 생기는 기름이 바로 몸에 좋은 고도불포화지방산.

기름이 듬뿍 배인 과메기라야 그 맛이 구수하다. 고도불포화지방산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여성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다른 등 푸른 생선에 비해 미네랄과 비타민 함량도 높다. 심지어 원재료인 꽁치보다 영양이 풍부하다.

과메기의 최고 궁합은 단연 초고추장.

물미역, 쌈배추, 쪽파 등의 야채에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초고추장을 찍으면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다. 김장김치와 먹는 것도 별미 중 별미다. 요즘은 비린내를 줄이기 위해 오존살균하는 덕장도 있고, 녹차 등을 접목시킨 녹차 과메기도 있지만 진정한 '구룡포 과메기'라면 비린내가 없고 고소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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