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미 경주컨트리클럽 캐디

"일이 너무 즐거워서 나이 먹는 게 아쉬워요."

경주컨트리클럽에 근무하는 80여 명의 캐디 가운데 직업의식이 투철(?)하기로 소문난 김초미씨. 한자로 풀 초(草), 아름다울 미(美)라고 하니 이만큼 직업에 맞는 이름도 없는 것 같다.

경기보조원이라고도 불리는 캐디는 경기자의 클럽을 운반하거나 로컬룰을 설명해주는 등 플레이를 보좌하는 사람을 뜻한다. 캐디의 능력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골프장의 수준이 판가름 난다고도 한다.

15년차 베테랑인 김씨도 예전에는 캐디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때문에 직업을 알리기 꺼려했다. 하지만 골프가 대중화되고 여성 골퍼가 늘면서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적성에도 맞고, 건강에도 좋고, 수입도 많으니 자신에게 딱 맞는 직업이라며 이제는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고수입을 보장하는 직업이라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한 여름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더운데 고객들을 맞춰주기란 쉽지 않죠. 여름에 신입생 교육을 시키다보면 3일 만에 그만두는 사람도 있어요."

성수기인 6월말부터 9월 중순까지는 특히 바쁘다. 밤 12시에 퇴근해서 새벽 4시에 다시 출근하는 일을 한 달 넘게 반복해야 할 정도다. 그만큼 몸이 건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매일 바뀌는 고객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한다. 각종 직업의 사람들을 두루 만나다보면 아는 것도 많아지고 일에도 도움이 된다는 그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회사에 대한 애정도 단연 최고로 꼽힌다.

"회사의 대우에 불평하기보다 스스로 만족하고 노력하면 돼요. 내가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 많이 찾아오고, 회사가 잘 되면 자연히 내 수입도 좋아지고.(웃음)"

오히려 맨몸으로 와서 이만큼 벌어갈 수 있는 일도 드물다며 웃는다. 젊으면 더 오래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는 그는 "회사에서 나가라고 등 떠밀기 전까지는 계속할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져 스카우트도 종종 들어온다고 한다.

그가 살짝 알려주는 일의 비결은 일행 중 가장 까다로운 사람부터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웃는 얼굴로 여러 번 대화를 시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라운드를 즐기게 된다고 한다. 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웃는 얼굴에 절대 침 못 뱉는다'는 철학에서 나오는 방법이다.

이처럼 그의 신념은 누구보다 확고하다. "비록 사회가 인정하는 최고 전문직은 아니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사심을 갖고 열심히 일한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오늘도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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