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교~애기청소 10㎞ 구간 4차 탐사

형산강 하구 곳곳에는 비록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보존가치가 충분한 습지가 여러 군데 있다.

4차 탐사날인 지난달 14일(금)은 높은 하늘에 뭉게 구름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였다. 그러나 간간이 형산강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는 일주일 전 3차 탐사때와는 또다른 감촉이었다. 이제 형산강도 서서히 겨울 채비를 하고 있었다. 형산강 하구의 갈대들은 이미 누렇게 변한 채 강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맡기고 있었다.

경주시 강동면 호명리 형산강교(포항철강공단~건천간 산업도로 구간)에서 4차 탐사를 시작했다. 바로 위 사방약수터 쪽에서 내려오는 조그만 하천 역시 갈수기라 바닥에는 물이 말라 있었다. 그러나 우수기의 경우 사정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주위에 축산농가가 많아 비가 많이 올 경우 축산 폐수가 빗물에 섞여 곧바로 형산강으로 흘러들기 때문이었다.

수렵꾼들이 엽총으로 잡은 각종 조류를 털과 내장, 다리 등을 제거한 후 몸통만 가져 간 현장.

형산강환경지킴이 오주택회장은 "주위에 젖소나 한우를 50마리 이상 기르는 축사만 31군데에 이르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축산 폐수가 곧바로 형산강으로 흘러들고 있지만 현재 공사중인 안강 축산폐수 처리장이 완공, 가동되면 이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위로 호명보, 사방보, 옥야보 등 3개의 큰 보가 있었다. 먼저 호명보는 우측이 윗쪽으로 45도 정도 좌우가 비스듬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보를 비스듬하게 만든 것은 물 흐름을 빨리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 남쪽에 있는 수문을 통해 인근 마을 논밭에 물을 대고 있었다.

제탕원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물이 들어있는 엑기스 비닐 팩과 양파 포대.

반대편 저멀리 포항~경주간 7번 국도변에는 양지아파트가 보였다. 이 곳 낚시터에는 5~6명의 낚시꾼들이 밤을 새며 낚시를 하고 있었고, 주위에는 어김없이 각종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다. 그곳에서 조금 올라가니 습지가 나타났다. 그리 넓은 면적은 아니었지만 각종 식물들이 많아 보존가치가 높다고 동행한 식물생태연구가 박재우씨가 설명했다. 형산강에는 그리 넓지 않은 습지가 곳곳에 있어 나름대로의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형산강 생태계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연구나 보존 대책이 없었던 만큼 이에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습지 옆 텃밭에는 군데 군데 거름 무더기와 함께 폐비닐이 수북이 쌓여져 있었다. 또 인근 풀숲에는 양파즙으로 보이는 내용물이 들어있는 수백봉지의 제탕원 엑기스 봉지와 양파포대가 버려져 있었다. 또 탐사 도중 강변 곳곳에는 새의 털과 내장, 잘린 다리들이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었다. 심지어 포획 금지 조류인 청둥오리로 추정되는 새의 다리들도 보였다. 수렵꾼들이 총으로 새를 잡은 뒤 이곳에서 장만한 뒤 몸통만 가져간 것이다. 현재 경주시는 수렵 허가 지역이다. 하지만 철새 도래지이자 상수원 보호구역인 이곳 형산강 하구까지 수렵을 허가해 줘야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주시 산림과 관계자는 "형산강만을 수렵 금지 구역으로 할 권한이 경주시 자체로써는 없다"고 해명했다.

돌망태로 만들어 진 월령보에서 용강단지로 가는 공업용수가 취수되고 있다.

또 사방보 위 낚시터에는 크고 작은 수십마리의 붕어 등 고기들이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물위에 떠 있었다. 그중 일부는 아직 살아 아가미로 가쁜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낚시꾼들이 잡은 물고기를 왜 버리고 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알이 적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옆 갈대 숲에는 손바닥만한 붕어와 잉어 몇 마리가 각종 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있었다. 낚시가 형산강 오염의 주범 중 하나임을 또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탐사팀은 탐사를 하면서 낚시꾼들에게 인근에 버려진 쓰레기를 누가 버렸는지 묻는 한편 낚시후에는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고 갈 것을 권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우리는 모르는 일' '우리는 깨끗이 청소한다' 며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로 둘러댔다. 도대체 이많은 쓰레기를 누가 버렸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형산강환경지킴이 김상춘(48) 탐사대장은 "상수원인 국가하천에서의 낚시 행위를 법으로 금지 하든지,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대구지방환경청,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 수자원공사 경북권관리단, 경주시, 포항시 등 관계 당국이 합동으로 환경감시원을 상주시킨 후 낚시꾼 및 텃밭 경작자들의 환경오염 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장은 또 "낙동강 하구의 경우 부산시 등 관계 기관이 환경감시원을 상주시켜 각종 오염 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경주시와 포항시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방보는 유역이 제법 넓고 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 또한 우렁찼다. 북쪽 사방 수문을 통해 사방들로 물을 대고 있는 것이다. 보 중앙에 물고기가 윗쪽으로 올라가도록 하는 '어로'가 보였다. 그러나 사방보는 수량이 많아 물고기가 어로를 통해 상류로 올라갈 수 있겠지만 다른 보의 경우 수량이 적어 어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갔다. 즉 대부분의 보가 시멘트 어로와 보 밑 강 바닥의 경사가 45도 정도로 크기 때문에 홍수때가 아니고는 물고기가 상류로 올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사방보 남쪽 경주하수종말처리장 옆 신당천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신당교에서 형산강 본류와 합류했다. 신당천은 경주보문단지 동쪽 암곡리에서 보문단지와 천북면사무소 인근을 거쳐 이곳으로 흘러드는 2급 하천. 이와함께 동쪽 왕신천은 화산불고기 단지를 거쳐 강동대교 아래에서 형산강 본류와 합류한다.

경주하수종말처리장을 지나자 남쪽으로 현진에버빌 고층 아파트 신축 현장이 보였고 그 옆에 '서보'(서쪽에 있는 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가 보였다.

윗쪽 월령보에서 물을 가둬 용강단지로 끌어가버려서인지 서보에는 물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주위에는 어린아이 주먹 크기 만한 말조개가 많이 잡히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잡히긴 하지만 수량이 줄고, 오염이 심해 과거같이 많이 잡히지는 않는다는 것. 마침 한 아주머니가 말조개와 다슬기를 잡고 있었다. 갑자기 저같은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 지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동아모티브' '국제자동차정비공장' '신원산업' 공장과 인접한 제방에도 각종 쓰레기가 여기저기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나원역' '나원리 오층석탑' 등의 표지판이 보이는 (주)부일 연탄공장부터는 제방이 아예 없고 차도와 연이어져 있었다. 제방이 없어 홍수시 연탄공장 등 인근지역으로 강물이 넘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새한아파트 입구 앞에 구지교 우측으로 소현천이 있었지만 역시 물이 말라 있었다. 물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건천(물마른 하천) 또한 늘어나는 것이 우리나라 하천의 특징중 하나다. 형산강뿐만 아니라 포항·경주 인근 냉천, 기계천, 자호천, 왕신천 등 제법 큰 하천들도 오염과 함께 물도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구지교 건너 새한·신한·삼성아파트 단지의 경우 도로가 곧 강둑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형 홍수가 날 경우 이곳 아파트 주민들은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있을까.

경주시가지와 금장리 아파트 단지를 연결하는 금장교를 넘자 300여m 앞에 월령보와 애기청소가 가까이 다가왔다. 월령보는 돌망태로 보를 만들었는데 이곳 물을 끌어 용강공업단지 용수로 이용하고 있었다. 형산강 건천의 또다른 주범(?)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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