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 법…자기발전에 도움돼야

박 재 훈(포항강변교회 목사)

책과 함께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신년 벽두에도 역시 책 이야기를 먼저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책이란 사람에게는 많은 유익과 가치를 준다는데 있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자는 문제, 즉 독서에 대한 문제로 접근해 들어가면 유익과 가치보다는 현실적으로 숨어들어가 버리는 것이 사람들이다. 독서가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은 내면의 성숙함보다는 외면의 치장에 더 무게를 많이 두다보니 독서를 통해서 외면의 치장을 하기에는 시간과 물질적인 투자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현실적 인식이 밑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지난 해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의 독서량은 평균 6.6권이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인지 이 수치는 그 전년도의 10권보다 3.4권 감소했다고 한다. 경제적인 불황과 독서량의 감소를 연관시켜 해석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서구 사회는 오히려 경제적인 불황이 깊을수록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보도와 관련지어 볼 때 경제적인 불황과 독서량의 감소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독서량의 감소도 문제지만 그 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독자들이 읽은 책의 종류에 있다. 지난 해 사람들이 읽었던 분야는 소설류와 처세술 분야의 책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재미를 더해 주는 책을 읽었다는 것이고, 자기 발전을 위한 책을 읽었다는 것이다. 이런 책들을 읽었다는 것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독서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 분야에 접근할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무슨 책을 많이 읽었느냐? 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가릴 수는 전혀 없다. 재미로 읽었던 자기 발전을 위해서 읽었던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대견스럽고 칭찬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재미와 소위 말하는 자기 발전을 꾀하는 이면에 숨어있는 성공지상주의에 빠져가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책은 독자에게 재미가 있어야 읽혀지는 것이다. 재미없는 책은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독자의 특권이다. 뿐만 아니라 독서를 통해서 자기 발전을 가져와야 한다. 어쩜 이것은 독서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재미와 자기 발전에는 기초적인 독서 행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초 없는 재미와 자기발전의 독서는 깊이 없는 인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얄팍하고 생각 없는 사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기초를 다질 필요성이 있는 행위인 것이다.

독서의 기초란 바로 인문과학 쪽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책들은 피부에 와서 닿는 재미는 당장 느낄 수 없을 수 있다. 속된 표현으로 골머리 아플 수 있다. 생각을 해야만 자신의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책들을 외면한다. 골머리 아프고, 깊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단순함을 좋아한다. 생각의 깊이 또는 내면의 자아를 살피는 일에는 싫증을 빨리 낸다. 인내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삶에는 나름대로 원리가 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렵게 얻은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고 보람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만화에 빠져 들어가고 있고, 어른들은 재미와 성공에 집착해 들어가는 현실의 상황을 우리들 스스로가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땀 흘림이 없이는 어떤 성공 기대할 수 없듯이 깊이 있는 독서, 생각하는 독서, 논리를 추구하는 독서를 외면하고서는 개인도 사회도 장래성을 보장받기에는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재미 위주의 독서가 때로는 우리의 삶에 활력을 줄 때가 있지만 그 재미도 다져진 기초위에 누리는 재미가 된다면 얼마나 깊이 있는 인격이 될까? 새해에는 재미있는 책과 함께 생각을 하게 하는 책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외면의 자기 발전에 도움을 주는 책과 함께 내면의 성숙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책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독서량이 몇 권이냐? 도 중요하겠지만 그 보다는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좋은 책 한 권 만나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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