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백운산 7~8부 능선 계곡 바위 틈 '얼음덩이' 형산강 남쪽 발원지 발견

탐사팀이 지난 16일 백운산 계곡 협로를 따라 형산강 발원지를 찾아가고 있다.

백운산 발원지 탐사가 있던 지난 16일(금) 아침은 전날보다는 추위가 한 풀 꺾였다. 전날까지만해도 TV에서는 요 며칠 사이가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고 예보했다. 일부 지역 신문들은 좀처럼 얼지 않은 형산강 하구의 꽁꽁 언 모습을 사진물로 싣기도 했다. 물론 형산강 하구 전 구간이 언 것이 아니라 일부 구간이 언 것이다.

형산강 하구(일반적으로 포항과 경주 경계인 외팔교~포항제철소 맨 끝 지점) 전체가 언 것을 포항이 고향인 기자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형산강 하구 지역 노인들에 따르면 1950년대까지만해도 형산강 하구 전체가 얼 때가 자주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형산강' 탐사팀이 백운산 계곡에서 발원지를 찾은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개순할머니(85·포항시 남구 송도동)는 "형산강둑을 사이에 두고 전투가 치열했던 6.25 전쟁 당시 꽁꽁 언 형산강을 건너 피난을 오고 갔다"며 "어릴때 형산강에서 친구들과 얼음지치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형산강은 일부만 얼게 되었고, 그것이 신문 기사감이 되고 말았다. 오염때문인지, 아니면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형산강은 이제 얼지 않은 강으로 변했다. 형산강의 옛 겨울 모습을 떠올리며 탐사팀은 백운산으로 향했다.

형산강 발원지가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으로 지칭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두 곳은 바로 인내산(경주시 서면 도리)과 백운산(울산광역시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계곡이다.

올겨울 가장 추웠던 지난 13일~15일사이 형산강 하류 곳곳에 얼음이 얼었다.

인내산과 백운산 발원지 갈림길은 경주시 탑동 정수장이다. 탑동정수장 서쪽의 대천을 따라 경주시 건천읍과 서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인내산 발원지 탐사 코스이며, 반대로 남쪽인 언양쪽으로 나있는 본류를 따라 거슬러 가는 것이 백운산 코스다.

탐사팀은 이날 포항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경주요금소 직전의 나정교에서 왼쪽(남쪽)으로 나 있는 35번 국도를 따라 한우불고기단지로 유명한 봉계리을 거쳐 두서면으로 갔다. 봉계리에서 두서면 내와리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산촌길로 아늑하다. 봉계리 지나 내와리 쪽으로 접어들자 입구에는 대구~부산간 경북고속전철(KTX) 공사가 한창이다. 터널 입구 큰 건물은 울산까지 전철로 연결하는 분기점 역사(驛舍)로 마무리 공사 단계에 있었다.

그곳에서 승용차로 포장도로를 따라 20여분 정도 남쪽으로 달려 도착한 곳이 바로 두서면 내와리 마을이다. 탐사팀은 마을 상수도 수원지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려고 했으나 입구에 쇠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어 포기했다. 다시 뒤돌아 나와 외와리를 거쳐 내와리 마을 쪽에서 계곡을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형산강 발원지가 되는 백운산(892m)의 북동쪽 기슭에는 몇 개의 계곡이 있다. 그 중 가장 크고(넓고) 높은 곳에 있는 계곡을 형산강 발원지로 명명키로 탐사팀은 합의했다. '형산강환경지킴이' 오주택 회장 등 회원들은 몇 차례 이곳을 답사했지만 아직까지 발원지 위치를 정확하게 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지난해 여름 '형산강' 탐사팀 역시 백운산 정상에 있는 '삼강봉'에 올라 대략적인 발원지 위치만 파악 했을 뿐 '바로 이곳이 발원지'라고 못박지는 못했다. 하지만 탐사팀은 오늘은 발원지를 꼭 결정한 후 그곳에서 기원제를 지낼 요량이었다.

외와리 마을을 거쳐 경운기가 겨우 다닐 정도의 좁은 농로를 따라 계곡 아래에 차를 세운 뒤 계곡을 따라 오르기로 했다. 아래에서 백운산을 쳐다보니 계곡 능선이 여러군데 보였다. 지형을 꼼꼼히 살핀 결과 백운산 북동쪽 사면의 가장 밑에 있는 큰 계곡을 지나자 다시 두 군데의 계곡이 나왔다. 이곳에서 오른쪽 계곡 언덕을 따라 오르다 길이 아닌 것 같아 다시 왼쪽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겨울이라 낙엽과 풀이 모두 시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입부터 등반은 쉽지 않았다. 가파른 계곡길에다 빽빽한 가시덤불 때문이었다. 몇 번이나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또 계곡따라 오르는 것도 군데군데 얼어있는 얼음덩이와 협곡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오르다 힘든 곳은 다시 좌우로 옆길을 택했다. 초입에서 1시간쯤 올랐을까 큰 얼음 폭포가 나타났다. 비록 낙차는 크지 않았지만 얼음덩이가 제법 큰 까닭에 그곳을 발원지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오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조금 더 올라가 지형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 정확한 지점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오늘은 '형산강 백운지 발원지'로 처음 명명하는 뜻 깊은 날인 만큼 제대로 찾아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몇몇 여성 분들이 등반을 힘들어 했지만 오 회장의 설명을 듣고 다시 힘을 냈다. 다시 40여 분 정도 계곡과 능선을 따라 오르니 큰 얼음 바위가 나타났다. 또다시 이곳을 발원지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한발 앞서 올라갔던 김상춘 탐사대장이 저 윗쪽에서 좀 더 올라오라고 소리쳤다. 얼음덩이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다시 20여 분 정도 올라가니 계곡물이 바위를 타고 내려오다 그대로 얼어버린 얼음바위가 보였다.

백운산 정상에서 볼 때 7~8부 능선 지점이었다. 오 회장은 "이 계곡 위쪽으로는 더 이상 물이 나올 곳이 없는 만큼 이곳을 발원지라 명명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탐사대원들도 오 회장의 주장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았다. 오전 11시쯤 산 밑에서 출발해 3시간만인 오후 2시쯤, 형산강 발원지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곳 앞 북쪽으로는 천마산(621m), 동쪽으로는 치술령(603m)이 한 눈에 들어왔고, 저 멀리 동해안 쪽으로는 호미지맥인 토함산(745m) 자락이 아득히 보였다. 지난해 여름, 탐사팀은 이곳 백운산 남쪽 계곡 5부능선에서 '태화강 발원지'라 새겨진 바위를 찾았다. 울산시민들이 태화강 발원지를 찾아 입구에 안내 간판을 세우고 계곡 중간에 발원지라는 표지석을 새겨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형산강을 젖줄로 삼고 있는 경주·포항사람들은 도대체 지금까지 무얼하고 있었단 말인가.

탐사팀은 가지고 온 돼지머리 등 간단한 제물을 차린 후 발원제를 지냈다. 형산강환경지킴이 김등만집행위원장이가 축문을 읽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형산강을 아무 탈 없이 탐사를 하도록 도와주신 영일만을 계도하시는 용왕님과 백운산 신령님께서는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형산강을 영원토록 보호해주시고, 이번 탐사 보도를 통해 경주·포항시민들이 형산강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고, 계속되는 형산강 탐사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참석한 15명의 탐사팀원들은 나름대로 백운산 신령님께 형산강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이날 처음 참석한 시인 하재영씨는 "형산강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내려 오는지 몰랐는데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며 "포항·경주시민들이 쓰레기 수거 등 환경정화 활동 뿐 만 아니라 형산강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개발 역시 형산강 지키기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와리 마을로 내려와 빈 집 마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나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이날 탐사팀은 아쉽게도 '백운산 형산강 발원지'라는 현수막을 준비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두고 간 까닭에 사진에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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