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숙(문화부 차장)

역시 정명화였다.

40여년을 첼로와 함께 살아온 예술가가 보여준 연주는 완숙 그 자체였다.

6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첼리스트 정명화 초청연주회.

발디딜 틈없이 몰려든 관객들의 열기가 겨울을 무색케 했다.

포항시 승격 60주년 기념으로 포항시립교향악단이 마련한 제 92회 정기연주회에 초청된 첼리스트 정명화씨는 이날 안정감과 개성있는 음색을 마음껏 표현하며 멋과 재능을 지닌 기교의 연주가란 찬사를 들었다. 그의 첼로 음악은 빼어나고 우아한 구사란 극찬과 함께 박수갈채는 한동안 멈출줄 몰랐다.

좋은 음악이 관객을 유혹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은 요 몇 년새 전국교향악축제 참가로 주가를 올리면서 포항시를 알리는 홍보역할에도 충실했다. 그로 인해 포항 '시사모'가 탄생됐고 1천여명의 시사모 회원들은 포항시립교향악단 연주회마다 주변인을 초청했고 단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큰 역할을 해왔다.

"예술은 진리보다 더 가치 있다." 이는 니체가 한 말이다. 진리와 달리 예술은 '자기 식대로'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진리가 발견의 영역이라면 예술은 발명의 영역이다. 예술의 다양성만큼 애호가들 역시 천차만별이다.

포항시향은 한 해 30여차례 연주회를 가지면서 클래식 음악의 본류인 협주곡, 변주곡, 교향곡, 환상곡 등을 주로 연주해 왔다. 그동안 유명 연주자들을 초청하면서 입석의 여지없이 들어찬 관객 앞에서 친숙한 우리 가곡도 펼쳤다. 맛깔스런 지휘자의 해설이 돋일때도 있었다.

러시아 낭만의 절정을 이룬 정명화 초청 연주회장은 100%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시민들은 환호했다. 예술은 문자를 통하지 않고도 인간의 사고를 움직여 수없이 많은 기쁨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귀에 익은 첼로 연주곡, 혹은 낯설은 연주곡도 시민들의 감흥을 더하게 만들었다.

요즘 관객은 예술을 앞서간다는 말이 있다. 예술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시향은 물론 모든 시립예술단체도 마찬가지다.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포항시립예술단 년 30회내외 공연을 그동안 포항시민 몇 % 만이 접한다는 놀라운 말이 있고보면 그만큼 시민과 거리가 멀었다는 암시다. 왜 그랬을까? 짚어봐야 할 때다.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도를 높이고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는 것을 이번 연주가 말해준다. 물론 예산이 문제다. 포항시가 포항시립예술단 전체 운영비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여론은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다양한 가치관이 넘쳐나는 시대, 예술과의 만남은 더 이상 일부 계층만의 사치스런 여가활동이 아닌지 오래됐다. 감동적인 연주와 각종 공연은 우리 삶에 좋다.

시립예술단의 진정한 가치는 많은 시민들과 공유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다.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극 또한 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음악이 주는 감동은 인간의 삶을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한다. 예술이 인성을 발전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예산 집행 기관인 포항시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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