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정경부 차장)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여행' 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낭비성 외유는 줄어들 전망이다.

행안부가 11일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 개정 내용을 보면 여행심사위원회의 민간위원 비율을 현재 3분의1 이상에서 과반수로 확대하고, 심사위원 의결정족수도 과반수에서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심사위원회가 심의·의결한 국외여행계획서 및 여행 후 결과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하고 여행목적과 방문국·기관의 타당성, 여행기간·경비의 적정성도 엄격히 따질 방침이어서 지방의원들이 '귀찮아서'라도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방의원들의 낭비성 해외여행에 대한 시민들의 곱지않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타성' 때문인지 강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 사회분위기가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그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선진지 견학'이 실제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 후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보니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왔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게 문제다. 반드시 보고 느낀 것을 자료화해서 의정활동에 활용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해 시민들과 경험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사전 사후 관리가 엄격해져 내실있는 의원외교를 펼친다면 '혈세낭비' 란 따가운 시선에서 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여기에서 국회의원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제재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예산지원 등으로 상급기관인 행안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지만 국회의원은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시민단체들이 감시자 역할을 해왔지만 비리 등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어 국회의원 비판에 공공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에 벅찬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의 해외여행을 제재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오로지 국회의원 개인의 양심적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회의원들의 해외여행도 당연히 자제돼야 한다.

특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가 엄습하면서 서민 뿐 아니라 중산층 붕괴 위기에 직면한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한다면 해외여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외국행 러시를 이루는 게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여야합의까지 마친 법안처리도 미적대다가 결국 마무리짓지 못한 채 여야의원 50여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입법전쟁이니 해서 폭력도 서슴지 않은 여야는 외국 나들이만큼은 찰떡 호흡이다.

오죽했으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편지를 보내 의원들의 해외여행 자제를 당부했을까. 김 의장은 임시국회 직후인 지난 5일 전체 국회의원에게 서신을 보내 "최근 환율급등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불요불급한 의회외교 활동은 당분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쇠 귀에 경읽기'가 됐다.

김 의장은 △현안 중심 의회외교 △경비 절감 및 효율성 제고 △의회외교 성과 공개 등 세가지 원칙을 주문했다.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최소한의 원칙에 부합한 성적표를 내놓아야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