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산의 대표적 상징 '동방여신봉'
솟구치는 이무기 형상 '거망출산봉'

삼청산 곳곳에 자리잡은 화강암봉

본격적인 트레킹에서 제일 먼저 대한 곳이 삼청산의 가장 대표적 상징이며 '봄의 화신'이라 일컫는 '사춘여신(司春女神)'봉이다.

 

일명 '동방여신봉(東方女神峯)'이라 불리는 높이 86m의 바위봉우리가 풍만하고 수려한 처녀의 모습으로 두 손에 고송(古松) 두 그루를 들고 있는 선녀와 흡사하다. 옥황상제가 삼청산을 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계획을 마을 사람들에게 누설하였다 하여 그 죄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담긴 사춘여신의 신비로움이 짙은 운무에 가려 더욱 운치를 더 한다.

 

잘 닦여진 고공잔도가 계곡 쪽에서 요동치며 피어오르는 운무 속에 잠깐씩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암봉들과 고송들이 꿈속인양 아련하게만 느껴지는 '천상(天上)의 길'이 되고 그 길을 걷노라면 몽환(夢幻)의 세계로 빠져든다.

최고봉 옥경봉에 새겨진 '명문'

 

거대한 이무기가 바위틈으로 힘껏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형상이라 하여 이름 붙인 '거망출산(巨망出山)'봉이 깊은 운해(雲海)속에 잠겼다가 머리 부분 부터 흐릿하게 내 앞으로 솟구쳐 오른다.

 

이무기라기보다는 거대한 코브라의 독기어린 모습 같다. 해발 1,200m 높이의 산속에서 자욱한 구름바다를 헤치고 나오는 '거망출산'봉(암봉의 길이 128m)의 신비로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삼청산에서 본 풍광 중 백미(白眉)의 작품일 것 같다.

눈 내리는 모습이 운치있는 천문산장

 

조물주가 빚어 놓은 최상의 걸작품들이 죄다 여기 모여 있는듯하다. 앞을 봐도 기암(奇巖),절벽(絶壁)에 늘어진 소나무들이요, 뒤를 돌아 봐도 갖가지 형태의 암봉(巖峯)이 숲을 이룬다. 거기에다 운해(雲海)와 운무(雲霧)가 곁들인 여기 삼청산(三淸山)은 신선(神仙)이 사는 선계(仙界)가 아닐 수 없다.

 

깎아지른 절벽에다 절묘하게 만들어낸 고공잔도를 따라 남청원경구(南靑園景區) 서남쪽을 돌아 빗속을 뚫고 삼청산 최고봉 옥경봉(玉京峯 1,817m)으로 향한다.

 

보물을 하늘에 바치는 후왕(원숭이)의 모습을 연상케 한 '후왕헌보봉'

아무도 오르지 않는 가파른 돌계단 길을 우리들만 간다. 이끼 낀 돌계단을 아무리 올라도 끝이 없다. 숨이 턱에 닿는다. 30여분 올라 코뿔소와 흡사한 등진대(登眞臺)에 닿았지만 정상이 아니다. 아무래도 신(神)이 사는 선계(仙界)의 정수리는 그리 쉽게 보여 주지 않나보다. 등진대 에서도 10여분 더 가서야 정상에 도착했다. '천하명산(天下名山)'이란 명문(銘文)이 새겨진 바위아래서 정상 등정의 기념으로 일행들이 함께 한 컷 했다. 자욱한 비구름으로 사위(四圍)를 조망 할 수는 없었지만 중국의 명산 삼청산의 정수리를 밟았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도교의 명산답게 정상 언저리에 신을 모신 조그마한 사당도 있고, 자연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감시 카메라도 설치 되어있다.

 

옥경봉을 되돌아 내려와 양광해안경구(陽光海岸景區)를 거쳐 서해안경구(西海岸景區)로 들어선다. 삼청산의 고공잔도가 바로 서쪽에서부터 만들어 졌다고 일명 '서해안잔도'라고도 한다.

 

중국의 명산 중에는 유독 '해안(海岸)'이란 용어를 많이 쓰는데 그 이유가 있단다.

 

워낙 산수가 수려하고 기암, 절벽과 대협곡, 폭포, 송림들이 어우러지면서 구름과 안개가 자주 들락거려 산허리를 감싸는 구름바다(雲海)와 바위산들이 마치 바다의 해안선과 맞닿아 있는 듯하여 구름 띠를 따라 변화무쌍한 풍광(風光)을 보인다하여 그렇게 이름 지었다 한다.

 

그 뜻을 이번 트레킹에서 실감 하였다.

 

여러 갈래로 이어진 통로를 가다 보면 산장(山莊)같은 쉼터도 있고, 산중에서 묵을 수 있는 숙박 시설도 더러 있다. 삼청산 전체를 다 둘러보려면 꼬박 사흘은 걸릴 것 같다.

 

날씨도 좋지 못하고 시간 여유도 많지 않아 남청원경구 입구에 있는 신룡산장(神龍山莊)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푸짐한 음식이 나오고 어김없이 강서성 명주 사특주(四特酒)가 나온다.

 

비를 맞고 젖은 옷이며 신발을 말릴 겨를도 없이 독한 빠이주(白酒)를 털어 넣는다. 속이 화끈하게 타오르며 비오는 산 속을 다섯 시간 넘게 헤맨 언 몸을 녹인다. 산장의 책임자와 종업원들이 정성들여 맞아주며 반기는 고마움에 훈기가 가득하다.

 

 

 

둘러보지 못한 중국 도교의 본산지 삼청궁(三淸宮)이 있는 삼청복지경구(三淸福地景區)와 만수원경구(萬壽園景區), 남청원경구(南淸園景區) 일부는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의 설명과 사진이라도 실어야 할 것 같다.

 

삼청복지경구 안에 있는 삼청궁은 도교(道敎)의 본거지로써 명나라때 고건축물로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수많은 도교 문화 유적을 간직한 채, 태극(太極), 팔궤(八軌)의 근원지임을 잘 보여 주고 있단다. 삼청산에서 가장 대표적인 석경(石景) '삼절(三節)'이라 불리는 '사춘여신'과 '거망출산'은 앞서 소개 하였고 나머지 하나는 '관음상곡(觀音賞曲)' 일명 '관음청비파(觀音聽琵琶)'라는 남천문군봉중에 있는 마주보는 봉우리는 삼청산 개산자(開山者) 갈홍(葛洪)의 비파소리에 감동되어 관음보살이 내려앉았다는 전설이 있는 우뚝 솟은 두개의 암봉이다.

 

그밖에도, '후왕헌보(帿王獻寶)' - 후왕(원숭이)이 하늘에 보물을 바치는 형상, '옥녀개회(玉女開會)'-삼청산 지고지순의 상징인 처녀의 아름다운 한 쌍의 젖무덤 형상 봉우리, '노도배월(老道拜月)'-늙은 도인이 하늘을 우러러 도를 닦는 모습, '갈홍헌단(葛洪獻壇)'-갈홍이 도를 닦던 자리, 등 재미난 이름을 지닌 기암과 고송들이 많지만 모두를 실을 수가 없는 게 안타깝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남부 케이블카를 타려고 천문산장(天門山莊)으로 내려오는데 함박눈이 펄펄 내린다. 그새 비가 찬 기운을 맞아 함박눈이 되었다. 칙칙한 비를 맞고 다녔는데 눈을 만나니 한결 따뜻함이 감돈다. 뒤돌아보는 삼청산 암봉림(岩峯林)은 하얗게 내리는 눈과 함께 더욱 신령스럽고 멋져 보인다. 이런 장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망설여진다. 정말 명산(名山)의 진면목(眞面目)을 본 것 같다.

 

삼청산의 동서남북을 '동쪽은 험악하고 서쪽은 기이하며, 남쪽은 절묘하고 북쪽은 수려하다'고 한마디로 소개한다. 또한, 황산(黃山)의 웅장함과 장가계(張家界)의 신비함을 한데 어울러 놓은 선계(仙界)의 도인들이 살아가는 '천하제일선산(天下第一仙山)' 임에 틀림이 없다.

 

하산하는 케이블카는 도착점인 남부까지 2.4km를 30여분 느릿느릿 내려간다.

 

2인승 케이블카에 홍일점 박부장과 함께 호젓이 내려오니 일행들의 부러운(?) 눈총이 따갑다.

 

오후 4시, 뛰는 가슴으로 지켜 본 삼청산을 뒤로하고 유채꽃이 흐드러진 아름다운 농가의 풍치로 유명한 무원을 지나, 오후 7시 10분에 중국 도자기의 본산인 경덕진(景德鎭)에 닿았다.

 

시가지를 들어서는 초입부터 도자기의 고장답게 가로등도 도자기로 되어있고 시내 곳곳에 도자기 장식이 즐비하다. 숙소인 개문자주점(開門子酒店)에도 온통 도자기 장식이 눈을 부시게 한다.

 

중국에서의 두 번째 밤은 호텔 방에서 컵라면과 소주로 피로를 풀며 보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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