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복의 명산 트레킹 - 3 중국 삼청산

용호산의 속내를 바라 볼 수있는 전망대에서의 모습.

3월14일(토),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어제(13일) 삼청산에서는 궂은 날씨에 비가 내렸는데 오늘은 씻은 듯 맑다. 운무(雲霧)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삼청산이 다시 보고픈 생각이 든다.

 

이 곳 강서성 일대는 2월부터 4월까지가 우기(雨期)라 맑은 날이 별로 없단다.

 

도자기의 본고장 경덕진의 아침은 도자기의 매끄러움 만큼이나 깨끗하고 상쾌하다. 시가지 곳곳에 도자기 판매소와 전시장이 널려 있다. 경덕진 도자민속박물관에 들러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곳곳을 둘러본다.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다. 도공(陶工)들의 붓놀림에 혀를 내두르며 경내를 돌아 나왔다. 공중화장실 세면대도 도자기로 채워져 있다.

용호산의 선녀암, 짓궂은 일행이 근접 촬영을 하고 있다.

 

경덕진을 출발한 지 두 시간여 만에 오늘의 목적지 용호산(龍虎山)에 도착했다.

 

용호산은 세계급지질공원(世界級地質公園)으로 지정된 국가급명승풍경구(國家級名勝風景區)로 무이산맥에 속한 산으로 중국 7대 단하(丹霞 : 햇빛에 비치는 붉은 빛의 운기) 중 하나이며 강서성(江西省) 잉탄(鷹潭)시에서 20㎞ 떨어진 중국 도교(道敎)의 발원지이다. 원래 이름이 '운금산(雲錦山)'-산이 비단결 같은 바위로 둘러싸인 것처럼 아름답다는 뜻-이었다. 도교의 제1대 천사(天師) 장도릉이 이곳에서 '구천신단(九天神丹)' 이라는 단약(丹藥)을 만들며 도교를 창조했으며 '단성용호현(丹成龍虎現)'-단약을 완성하니 용과 호랑이가 나타났다-이라 해 '용호산(龍虎山)'으로 불리었다는 설이 있기도 하고 아홉 마리 호랑이와 한 마리 용모양의 바위산이 있다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점심을 먹고 용호산 트레킹을 시작한 시각이 오후 2시 반이 지나서였다. 용호산은 산과 물을 함께 체험할 수 있어 보통 '용호산수(龍虎山水) 관광'이라고 많이들 부른다.

 

산꾼들이 간다면 먼저 선인성(仙人城) 등반을 먼저 하는 게 좋다. 2시간정도면 돌아내려 올 수 있는 코스로 용호산을 끼고 굽이쳐 도는 노계하의 물줄기를 내려다보며 용호산 일대의 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우리 일행들은 다음을 위해 선인성 트레킹을 접고 나룻배로 노계하를 거슬러 올라가는 산수관광(山水觀光)을 먼저 했다.

 

20인승 나룻배에 삿대를 젓는 사공이 앞뒤에 있다. 강폭이 그리 넓지 않고 기슭에는 수심이 얕아 삿대로도 잘 간다. 삿대질을 하는 아낙네의 힘이 보통이 아니다. 힘찬 팔놀림에 나룻배는 유유히 물위를 미끄러진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유난히도 둥근 바위 봉우리가 강 양안(兩岸)에 보란 듯이 내밀고 있는 이국(異國)의 산수(山水)에 몸을 맡기니 신선(神仙)이 따로 없다.

 

계림(桂林)의 이강(離江)산수와 비견할 만하지만 그 곳은 동력선에다 떼를 지어 다니는 관광객들의 소란에 정신이 없지만 이 곳 나룻배의 낭만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개 들어 오른쪽 벼랑을 보니 유난히 구멍 난 곳이 많다. 오랜 옛날부터 이 곳 풍습으로 '수장(垂葬)' 이란 형식의 장례로 벼랑의 구멍 속에다 관(棺)을 넣어 두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 옛날의 관과 미이라가 있단다. 육안으로 보이는 게 실감이 난다.

 

'수장(垂葬)'의 뜻을 알 수 있는 공연을 한다. '승관(昇棺)쇼'라 하여 오후에 두 차례 열린다. 용호산 곳곳에는 유람구(遊覽區)가 있고 주차 시설과 탐방로가 잘 닦여져 있다. 선수암유람구(仙水岩遊覽區)에서 나룻배로 노계하를 따라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는 무덤벼랑인 선수암(仙水岩)이 우뚝 솟아 있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신선들이 즐기던 복숭아 모양을 닮아 지어진 선도석(仙桃石)과 연꽃처럼 선도석을 떠받치는 연화석(蓮花石), 노신(魯迅)의 얼굴을 닮았다 해 '노신봉(魯迅峰)'이 있는가 하면 수사자의 머리모양과 흡사한 사자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양 편에 늘어섰다. 선인성유람구(仙人城遊覽區)에 속하는 오른쪽 까마득한 두 개의 바위산을 걸터앉은 듯 '천상(天上)의 다리' 선풍교(仙風橋)가 아찔하게 보인다. 선인성 트레킹 코스에 있는 도교의 발원지 도솔궁이 있는 봉우리와 선서석(仙鼠石)이 있는 봉우리를 연결하는 다리로 하늘에 떠 있는 듯하다.

 

나른한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은빛 물살을 가르며 용호산의 옛 이름 이기도 한 운금봉(雲錦峯)까지 나룻배로 떠도는 낭만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도당암(道堂岩)을 휘감고 돌아가는 노계하 왼편 높은 바위봉이 인면사신봉(人面獅身峯)이다. 얼굴은 사람 모습이고 몸뚱이는 사자 형상이라 지어진 그럴싸한 바위가 인간들의 놀음에 웃음 지으며 바라본다.

 

나룻배 옆으로 조그만 뗏목을 저으며 따라 붙는 아낙네가 구운 계란과 '쭝즈(棕子)'-주먹밥-를 사라고 조른다. 장사도 여러 가지다. 물위를 떠다니는 포장마차다.

 

40여분의 나룻배 낭만을 마치고 문인석(文人石) 앞에서 하선했다. 선착장 물가에 가마우찌(물고기 잡이로 활용하는 물새종류) 두 마리로 돈벌이 하는 영감님이 있다. 장대 위에 앉혀 놓은 가마우찌를 관광객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돈벌이 치고는 정말 쉬운 일이다.

 

문인석에서부터 용호마을 다리를 건너 하행 선착장까지 느릿느릿 걸어서 한 참을 이동한다. 하행하는 수단은 뗏목이다. 굵은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뗏목에 8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나룻배로 올라 왔던 강을 뗏목을 타고 내려간다. 멋진 경험이다. 맑은 강물이 발밑에서 찰랑거리며 속삭인다. 내려다보는 용호산의 모습과 노계하의 물이 어우러져 산수화(山水畵) 속의 주인공처럼 흐느적거린다. 이게 바로 '용호산수 관광'의 진수(眞髓) 인 것 같다. 뗏목을 타고 내려와 용호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보러 간다.

 

상비산유람구(象鼻山遊覽區)에 있는 '상비산(象鼻山)', 거대한 코끼리의 코(鼻)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관상정(觀象亭)이 있는 곳까지 계단을 타고 오르면 상비산의 진면목과 용호산을 두루 조망 할 수가 있다. 용호산에는 '99봉 24염 108처'가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봉우리며 볼거리들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갖가지 절묘한 형상에 넋을 잃었다.

 

'승관(昇棺)쇼'를 보기 위해 되돌아 내려온다. 선수암(仙水岩) 까마득한 벼랑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남자 넷이 보인다. 물에서 200m는 족히 보이는 곳에서 줄을 타고 내려온다. '수장(垂葬)'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물위 배에서 관을 줄로 엮어 달아 올리면 밧줄을 타고 구멍으로 내려 온 둘이서 당겨 올린다. '달아매어 장사를 지낸다'는 뜻으로 '수장(垂葬)'인 것이다. 이게 '승관(昇棺)쇼'-관을 올리는 쇼-다. 그 옛날에도 이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또 다른 볼거리다.

 

용호산에는 도교의 발원지답게 도교에 관해 볼 곳이 많다. 트레킹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생략하고 용호산에서 특이한 곳 한 곳만은 소개해야겠다. 선녀암(仙女岩)이란 곳이다.

 

여성의 은밀한 부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위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 표현으로 '대지지모(大地之母)'-큰 땅의 어머니- 라는 뜻으로 모성(母性)의 근원을 말한다. 너무나 리얼한 모습이라 짓궂은 일행들이 다가가 근접촬영을 하며 신기해한다.

 

도교의 발원지 용호산의 산수와 함께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이 곳 용호산여유국(龍虎山旅游局)의 유신생(劉新生. 33. 漢族) 주임이 여러 편의를 제공해 주어 좋은 경험을 했다.

 

숙소인 잉탄화교대주점(鷹潭華僑大酒店) 부근 양고기식당에서 즐거운 식사와 함께 사특주(四特酒) 러브샷으로 유신생 주임의 '따그(兄)'가 된 필자가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한, 중국에서의 세 번째 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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