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청산 4

귀봉의 암봉과 돌기둥들이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

3월15일(일), 상쾌한 아침이다. 중국 발음으로 '잉탄'인 응담(鷹潭)시의 공기는 싱싱하고 맑다. '매(응.鷹)'와 '물가(담.潭)'라는 의미의 '잉탄'의 시가지는 날아다니는 매도, 고여 있는 물도 없지만 봄 날씨 만큼이나 따사롭다.

 

오늘은 우리가 답사해야 할 마지막 코-스인 '귀봉(龜峰)'으로 향한다.

 

잉탄에서 귀봉이 있는 '이양(貳陽)'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강서성의 성도(省都)인 남창(南昌)에서 옥산(玉山)을 잇는 'G320 고속도로'를 타고가다 귀봉이 있는 이양으로 빠져나오니 그리 평탄치 못한 시골길로 들어선다. 정비되지 못한 주변을 보아 귀봉에 거는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느낌은 기우(杞憂)일 뿐이었다.

자연보호를 위한 조치로 운영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귀봉(龜峰)'은 표현 그대로 거북이 형상 암봉들이 숲을 이루는 곳이다.

 

귀봉의 경구(景區)는 크게 세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귀봉일경구(龜峰一景區)가 가장 규모가 크며 귀봉을 대표하고 있고, 상해- 곤명간 고속도로 건너에 있는 귀봉이경구(龜峰二景區)에는 장수거북이 양식기지가 있고 416M나 된다는 세계 최대 와불(臥佛)이 있다. 귀봉삼경구(龜峰三景區)는 중국 최대 담수호(潭水湖)인 '파양호(?陽湖)'로 흘러드는 '신강(信江)' 너머에 있다. 우리 일행이 답사 한곳은 귀봉일경구 일대였다. 중국의 명산이나 명승지에는 급수(級數)가 매겨져 있다.

 

제갈공명 사당내의 모습

세계급(世界級), 국가급(國家級), 성급(省級) 등으로 구분되며 귀봉은 국가급중점풍경명승구(國家級重點風景名勝區)로 지정 되어있다.

 

귀봉을 '무산불귀(無山不龜), 무석불귀(無石不龜)'라 칭하기도 하는데 그 뜻은 '산이든 돌이든 거북이가 아닌 게 없다'라 할 정도로 온통 거북형상의 암봉들이란 표현이다.

 

매표소앞 남자 화장실에 이런 문구가 있다.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이목을 끄는 이간노인봉(二看老人峰)

'상전소일보(上前小一步),문명대일보(文明大一步)'-'앞으로 다가서는 작은 한걸음이 문명을 위한 큰 걸음이 된다'. 중국인들의 재미난 표현에 웃음이 묻어난다.

 

트레킹을 위한 첫 출발은 12인승 전기자동차 셔틀 버스로 이동한다. 도보로 오르는 곳까지 태워주는 자동차도 배출가스가 없는 친환경 차량을 운영 중인 이곳 중국의 자연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이처럼 철저해 졌다. 삼청산 고공잔도와 옥경봉 정상에도 CCTV가 설치 되어 있는 것을 거저 지나칠 일이 아니다. 봄만 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우리나라의 산불에 들끓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산꾼으로 부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들머리 호숫가 위로 솟아 오른 두 암봉의 이름이 걸작이다.

 

'쌍귀영빈(雙龜迎賓)'- '두마리의 거북이가 손님을 환영 합니다'. 귀봉에서의 첫 만남에 기분 좋은 인사를 받았다. 곳곳에 있는 안내판에 '단하봉림(丹霞峰林)', '단하석주(丹霞石柱)'라는 표현이 유독 눈을 끄는 대목이 기기묘묘(奇奇妙妙)하게 돌출되어있는 암봉이나 바위들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울창한 대나무 숲속으로 나있는 탐방로를 따라 오르는 길가에 우리를 붙잡는 것이 일인용 가마다. 귀봉 일대를 트레킹 하려면 오름짓을 많이 해야 하므로 노약자나 탐방객을 일정 지점까지 올려다 주고 돈을 받는 가마꾼들이 지나는 사람을 잡고 놓아 주지를 않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옥신각신 하다 발목 수술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김규태이사가 낙찰 됐다. 억지로 탄 사람보다 약해 보이는 두 사람이 앞뒤에서 땀을 뻘뻘 흘린다.

 

타고 가는 이가 더 용을 쓰는 게 재미나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오르며 쳐다보는 사방의 바위산들이 갖가지 형상으로 우리를 맞는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봉우리가 붉은 돌기둥 셋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삼루귀봉(三壘龜峰)'이다. '단하봉림(丹霞峰林)' - 붉은 색깔로 뒤덮인 봉우리 숲이 바로 이것이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면 깍아 지른 절벽이 사방을 가로 막고 절벽사이로 하늘이 조그맣게 보이는 묘한 곳이 '일잔천(一棧天)'이라고 '하늘로 가는 길'로 이름이 붙어 있다.

 

귀봉의 봉우리며 바위에 붙은 이름이 나름대로 특징이 있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성곡(四聲谷)'이라는 바위는 벽을 보고 소리치면 뒤편의 절벽에서 소리가 난다는 곳이며, '단하석주(丹霞(石柱)' - '붉은 색조를 띤 돌기둥'의 대표 격인 '노응희소계(老鷹戱小鷄)'는 '늙은 매가 병아리와 놀고 있다'로 풀이되는 돌기둥들이다. 정말 기막힐 정도로 신기한 봉우리는 조그마한 바위 세 개가 떠받치고 있는 '이간노인봉(二看老人峰)'의 머리 부분은 보는 사람이 더 현기증을 느낄 만큼 아슬아슬하게 자리하고 있다.

 

용호산 선녀암의 대지지모(大地之母)의 지아비 격인 '대지지부(大地之父)'라 이름 지어진 우람한 남근석(男根石)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 외에도 재미나는 이름의 봉우리와 돌기둥들이 즐비하지만 다 소개할 수가 없다. 탐방로를 따라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2시간여를 돌아 하산한다.

 

귀봉의 여러 봉우리를 올라가서 보는 풍광도 정신이 아찔할 정도지만 내려와 인공호수인 '청수호(淸水湖)'에서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며 귀봉의 절묘한 모습을 감상하는 것 또한 일품이다. 귀봉일경구를 다 돌아보려면 하루 종일 다녀도 모자랄 것 같다.

 

중국이란 나라의풍광은 끝이 없다. 속을 죄다 내놓지 않는 무서운 대륙 근성이 여기에도 적용 되는 모양이다. 남은 일정 때문에 청수호 유람은 다음으로 미루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돌아 나왔다. 귀봉의 참 모습을 보려면 여러 차례 더 다녀가야겠다.

 

세계 최대 와불이 있다는 귀봉이경구는 도로 공사가 완공되지 않아 접근하지 못한단다. 그마저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한다.

 

귀봉의 도시 이양(貳陽)을 떠나 삼청산 들목인 옥산(玉山)으로 향하는 동안 지금껏 답사한 세 곳의 산들을 돌이켜 보니 산마다의 특이한 면면이 새롭게 떠오른다.

 

선인(仙人)이 살고 있는 듯한 '삼청산(三淸山)'은 하늘을 향하는 암봉림(岩峰林)과 요동치는 폭포수, 운해(雲海)에 깔린 해안(海岸)을 따라 신선과 함께하는 고공잔도가 천상(天上)과 맞닿은 신비의 산(山)모습이고, 노계하(鷺鷄河) 맑은 물과 도교(道敎)의 진원을 간직한 채 천년을 지켜오는 선인성(仙人城), 붉게 물든 갖가지 형상의 암봉들이 어울러 빚어 놓은 천하의 '용호산수(龍虎山水)'가 인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용호산(龍虎山)'이라면, '귀봉(龜峰)'은 장수(長壽)의 상징 거북이가 잔잔한 호수와 함께 인간들의 욕망을 차분히 갈아 앉히며 변화무쌍(變化無雙)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살아가는 지혜를 깨우쳐 주고 있다.

 

볼거리가 너무 많아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그것 역시 욕심(慾心)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평상심(平常心)을 찾아 돌아선다.

 

옥산에서 늦은 점심을 들고 상해까지 가는 지루한 육로 이동이 시작된다.

 

가는 도중 '제갈팔괘(諸葛八卦)마을' 이라는 곳에 들렀다. 제갈공명의 사당이 있고 제갈(諸葛)성씨(姓氏)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데 태극(太極) 팔괘 형상의 가옥과 골목을 만들어 미로(迷路) 찾기와 제갈공명을 통한 관광(觀光)으로 먹고 사는 별난 마을 이었다. 실제 제갈공명이 이곳에 살지는 않았지만 이곳 마을 사람들은 자기들 조상(祖上)을 섬기며 그 일로 살아가고 있다. 항주를 지나 상해까지 가는 고속도로변에는 개량된 농촌가옥들이 유럽농촌마을을 연상케 한다. 3층 주택으로 깨끗하게 단장된 모습들이 중국의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어두워진 밤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컵라면을 안주삼아 우리의 국민주, 소맥(소주+맥주)으로 "한 참에!"(원샷)를 외치며 삼청산, 용호산, 귀봉 답사 트레킹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늦은 밤 상해에 도착하여 다음날(3월 16일) 아침 비행 편으로 부산에 도착하여 모든 일정을 끝냈다. 그간 우리 일행들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글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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