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경희미용실 원장 18살때 미용실 차린 후 지금 자리서 20년째

"아파서 눕지 않는 이상 일을 계속 해야죠."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프라자 내에서 경희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경희 원장(64).

적지 않은 나이만큼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미용계의 '맏언니'다.

"어렸을 때 미용사로 일하던 고모를 보면서,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여성들에게 인기 있었던 기술이 미용과 편물, 양장이기도 했고요. 16살에 미용학원을 졸업한 뒤, 18살 때 미용실을 차렸죠."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45년을 훌쩍 넘었다. 지금의 가게에 자리잡은 지도 20년 째. 특히 결혼식 등 잔칫날에 필수(?)적인 올림머리는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언뜻 쉬워 보이지만 올림머리는 숙련된 미용사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다른 미용실에서도 올림머리만큼은 이곳으로 손님을 보내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요일이면 5~6명씩 단체로 예약해서 찾아오고, 서울까지 결혼식을 가야 하는 경우 새벽 5시에 예약손님을 받기도 한다.

이렇듯 바쁜 와중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열정만은 그대로다.

"미용기술은 한 번 배우고 나면 평생 걱정 없다고들 하지만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어요. 기계도 자주 바뀌고, 새로운 기술도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한 달에 한번 세미나에 참가해 최신 정보를 얻고, TV와 책자를 살피면서 유행을 쫓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대한미용사회 포항시 북구지부 상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 달에 한 번 미용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교회, 병원 등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머리를 손질해 드리는 것. 한 번에 20여 명의 머리를 잘라야 할 때도 있지만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

지금은 흥해에만 70여 개, 북구 전체 500여 개의 미용실이 들어서 있어 일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보조를 3명씩 둘 정도로 바빴다고 한다. 보조로 일했던 미용사들만 40~50명에 이른다.

늘 손님 옆에 서서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몸이 성할 날이 없다. 오랜 세월 일하면서 얻은 직업병 탓에 양쪽 무릎과 손 모두 수술을 해야 했다고. 그러면서도 '일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40여 년을 변함없이 미용사로 살아왔다.

"이 나이에 일을 안 하면 그냥 '할매'잖아요. 다리가 쑤시고, 손이 저리다가도 손님이 오면 안 아파요.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럼 힘들어서 못하죠."

손님을 상대하는 일도, 머리를 만지는 일도 천직이라는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미용을 계속할 예정이다.

"다시 태어나도 미용사를 선택할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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