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박물관 100년-도내 박물관을 가다 - 6 문경 옛길 박물관

문경 옛길박물관전경.

경북 문경 옛길박물관(www.oldroad.go.kr)이 지난 1997년 향토사 중심의 문경새재박물관으로 문을 연 후 10여년 만에 지난 4월 테마박물관으로 거듭났다. 건물의 증축과 함께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옛길'을 중심으로 전시실을 전면 개편했다.

문경은 우리나라 문화지리의 보고(寶庫)이자 길 박물관이다.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불리던 '문경새재'(명승 제32호)가 있고, 우리나라 최고(最古, 서기 156년 개척)의 고갯길인 '하늘재'(명승 제49호), 옛길의 백미(白眉)이자 한국의 차마고도로 일컬을 수 있는 '토끼비리'(명승 제31호)가 있다.

조선 시대 벼슬아치의 도착 일을 알리던 노문.

또 영남대로 상의 허브 역할 담당했던 '유곡역'이 있다. 이러한 옛길관련 문화유적은 이름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길'로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옛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지니고 다녔으며, 괴나리봇짐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과거길로 유명한 문경새재를 조망하면서 과거시험지에는 무엇을 썼고, 합격의 영광과 금의환향, 그리고 낙방길의 시름은 어떠했을까? 과거시험지(試券), 과거 합격자명단(榜目), 여행길에서의 숙식해결 등을 전시해 놓았다. 조선시대 이 나라 산천의 중추동맥이었던 영남대로 주변의 역촌(驛村) 마을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당시의 출장명령서(路文, 草料), 역(驛) 관련문서, 옛지도 등 희귀한 유물도 살펴볼 수 있다.

문경새재를 비롯한 팔도와 국외의 여행길에서 쓴 여행기(遊行錄, 熱河日記)와 풍속화에 펼쳐진 옛길의 모습은 재미와 정겨움을 안겨준다. 과거길, 요양길, 상소길, 암행어사의 길 등 길과 이야기를 활용한 코너도 있다.

이외에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로 제254호인 '평산신씨 묘 출토복식'과 제259호인 '최진 일가 묘 출토복식' 같은 문경의 귀중한 문화유산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문경새재에 새로운 명소 하나를 더 얻게 된 셈이다. 총 1만4천287㎡의 부지에 1천926㎡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설날 추석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 노문(路文)이란?

'노문(路文)'은 조선 시대에 공무로 가는 벼슬아치의 도착 예정일을 미리 그곳 관아에 알리던 공문이다. 여기에는 마필의 수, 수행하는 종의 수, 노정 따위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조선후기 이종열이라는 사람이 사헌부 지평(持平, 1802년)과 장령(掌令, 1804년)으로 각각 임명 받아 상경하는 데에 임금이 유지와 함께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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