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장병철기자

6일 50회 현충일을 맞아 예천읍 남본리 남산공원에 자리한 충혼탑에서는 김수남 군수를 비롯한 기관단체장 및 전몰 유가족, 학생, 공무원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됐다.

전몰 호국 용사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추념식은 하얀소복으로 갈아 입고 남편과, 가슴에 묻은 자식들에 대한 회환과 슬픔을 참아내고 있는 유가족들과는 대조적으로 시종일관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분위기였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붉은 꽃무늬 바지 차려 입고 공원에 나들이를 온 젊은 아낙들에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해간 호국영령들의 슬픈 역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특히 모처럼의 연휴를 즐기지도 못하고 동원 되다시피 추념식에 참석한 공무원들중 일부는 삼삼오오 식장 뒤편 그늘을 앉아 담배를 피우며 며칠전 단행된 대규모 군청인사 얘기로 무료함을 달래는 모습이 서글프기까지 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초여름의 휴일을 즐기고 있는 티없는 동심들에게 굳이 공포스런 전쟁의 아픈 역사를 들춰가며 슬픔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같은 한가로운 자유를 만끽할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피흘리며 산화해간 선열들의 뜻만은 잊지 말아야 하는것 아닌가.

50여년전 이맘때에도 오늘처럼 신록은 푸르고 하늘도 파란물이 뚝뚝 떨어질듯 맑았으리라.

싱그럽고 달콤한 초여름의 공기는 오늘과 다름이 없었겠지만 지금 우리가 딛고선 이 자리에서도 선열들은 노도처럼 밀려오는 적군을 맞아 피투성이된 몸을 끌며 목숨바쳐 그들과 싸우고 있었으리라.

각급 기관 단체의 헌화가 이어지는 10여분동안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는 이미 오늘이 아닌 50년전 그날 손흔들며 떠나보낸 남편의 전사통지서을 받아든 아득한 기억속으로 돌아간듯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추념식 뒤편 팔각정자에 오른 어느 시민의 야호! 소리는 할머니에게는 어쩌면 남편의 심장에 박힌 총탄보다 더 아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의 포탄소리는 멎었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분단의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했다가 각종 사고로 숨져가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우린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추념식 마지막 현충일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노랫말도 알지 못하는 노구의 유가족들은 가락에 맞춰 50여년의 세월동안 가슴에 묻어 두고 있는 남편과 자식들의 잊혀지지 않는 이름을 통곡처럼 부르고 있었지만 철부지 어린아이들은 그 노래소리에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지금 이시각 세계평화와 국익을 위해 이역만리 타국땅에서 테러 위협속에 또다른 전쟁을 감내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원들이 오늘 이 추념식장 뒤편의 모습을 보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잠시라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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