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를 찾아서”

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 있는 슬로푸드운동 국제본부 전경.

줄을 서서 점심식사를 하고 교통정체로 파김치가 된 채 퇴근하는 도시인들이 슬로푸드를 즐길 수 있을까.

국립국어연구원이 지난해 9월 ‘여유식’이라는 우리말 대체어를 정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슬로푸드(Slowfood)’가 유행어가 됐지만 슬로푸드는 돈 많고 여유있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주 브라(Bra)에 있는 슬로푸드운동 국제본부의 레나토 사르도 사무총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휴대전화에 조금만 돈을 덜 쓰고 TV 보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면 누구나 슬로푸드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1986년 맥도날드의 이탈리아 상륙을 계기로 62명이 모여 시작한 슬로푸드 운동이 세계 100개국 8만여명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인간의 기본적인 먹는 즐거움과 건강을 지키려는 열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피에몬테 지방은 말 그대로 산의 발치, 스위스와 프랑스와 맞닿은 알프스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젖줄 포강이 흐르는 곡창지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드와인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바로 이곳에서 생산된다. 피에몬테주의 주도이자 이탈리아 제2의 공업도시 토리노에서 1시간 남짓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리면 카를로 페트리니 슬로푸드운동 국제본부 회장의 고향마을인 브라가 자리잡고 있다.

이탈리아의 농촌 소도시인 이곳에서 달팽이를 상징물로 내건 슬로푸드 운동이 탄생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 매장이 이탈리아에 상륙한 것이 슬로푸드 운동탄생의 단초를 제공했던데서 알 수 있듯 미식과 정치, 농업, 환경과의 연관성을 깊이 인식한 행동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르도 사무총장은 “슬로푸드 운동가는 기본적으로 환경론자가 되어야한다”고 말했다.

“편의식품과 농업 기업 때문에 사라져가는 무수한 전통 치즈, 곡물, 야채, 과일, 동물종을 보존하려는 노력없이는 멋진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이미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리는 반세계화 운동의 주요 참가자이며 유전자변형(GM) 식품에도 반대원칙을 천명했다.

사르도 사무총장은 슬로푸드 운동과 일맥 상통하는 슬로라이프에 대한 페트리니회장의 발언도 소개했다.

“삶의 리듬을 강제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삶의 기술이란 각각의 모든 것에 시간을 나눠주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