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식기자

‘산은 높고 달은 기울었으며, 물이 빠지니 돌이 드러나는구나(山高月小 水落石出)’

북송(北宋)의 신종(神宗)이 약해진 국가를 바로 잡을 생각으로 왕안석(王安石)을 등용해 개혁 정책을 폈을 당시 이에 반기를 든 소동파(蘇東坡) 소식(蘇軾)이 귀양지에서 지은 유명한 적벽부(赤壁賦)의 한 대목이다.

호수나 강의 물이 빠지고 나면 그 속에 있던 돌은 적나라(赤裸裸)하게 드러나고 만다는 뜻으로, 소동파가 늦가을 어느 날 물 빠진 강의 모습을 보고 읊은 것이다. 후세 사람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흑막에 가려져 있던 진상이 훤히 드러나는 것을 두고 수락석출(水落石出)에 비유했다.

오늘날에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림(以手遮天·이수차천)할 수 없다는 말로 더 잘 통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이 최근 수성구의회로부터 행정사무감사를 받았다.

이번 행정사무감사는 지난 1년 동안 집행부가 실시한 행정행위에 대해 옳고 그른 게 무엇인지를 살피고 고칠 부분이 있으면 지적을 통해 개선하고 차후 재발 방지를 다지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국민의 봉사기관격인 공무원이 주민을 대신해 민의(民意)를 대표하는 의원들에게 자신의 행정행위에 대해 말 그대로 감사(監査)를 받는 것이다.

그 형식이나 절차상으로는 의원들로부터 감사를 받는 것이나 실질적으로는 주민들에게 모든 행정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검증(檢證)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성구청은 이런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대한 언론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의원들은 알아도 주민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비슷한 시기에 감사를 받고 즉시 언론에 공개한 중구청과 남구청 등 다른 지자체와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감사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지자체들은 지적사항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수성구청은 무엇이 그리 두려워 감사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것인가. 그 두려움이 대상이 주민들의 눈이라면 구청은 오판(誤判)을 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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