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세계 최대, 최고 난이도 거벽에 한국 원정대가 깃발을 꽂았다.

산악인 이성원(44) 대장이 이끄는 '한국 낭가파르바트 루팔벽원정대'가 15일(한국시간) 오전 3시 파키스탄 낭가파르바트(8천125m)의 루팔벽 도전에 성공했다고 원정대가 이날 알려왔다.

원정대의 이현조, 김창호 대원은 14일 오전 2시 캠프4(7천600m)를 출발해 25시간 동안 절벽과 바람에 맞선 끝에 루팔벽 꼭대기를 밟고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도달했다. 지난 4월12일 원정을 떠난지 94일만이다.

루팔벽은 표고차 4천500m의 세계 최장 길이 암벽. 수직에 가까운 경사 때문에 상부에 눈이 쌓이지 않아 우르두어로 '벌거벗은 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루팔벽 정상에 사람이 발자국을 남긴 것은 이번이 35년 만이다. 세계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지난 70년 처음으로 등반에 성공했다.

하지만 메스너는 반대쪽 디아미르 벽을 내려오던 중 동생인 귄터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 이후로 12개의 세계적인 등반팀이 도전에 나섰으나 실패의 쓴 맛을 보았다. 우리 나라 등반팀도 두 차례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세계 유수의 원정대들이 거벽 도전에 나선 것은 등로주의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등로주의는 등정이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을 중요시하는 등반 정신.

루팔벽은 평균 경사도가 68도에 달하고 메스너 외에는 도달한 사람이 없어 등로주의를 추구하는 산악인들에게는 경원의 대상이다.

루팔벽 등정을 위해 원정대는 정상 도달을 위해서 3달 이상이나 기다려야 했다. 출국할 때만 해도 5월말에서 6월초가 등반 예정일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지난 4월20일 베이스캠프(3천700m)를 구축한 원정대는 캠프1(5천150m), 캠프2(6천m)를 구축해 나갔으나 악천후 때문에 더디게 올라갔다.

원정대는 지난달 21일 캠프4를 구축하고 26일 드디어 1차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낙석 때문에 김미권 대원이 오른 다리에 금이 가는 등 부상을 당하고 후퇴해야 했다.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던 원정대는 14일 다시 공격에 나서 결국 정상에 도달하고 얼싸안았다.

루팔벽 도전에 성공한 이현조, 김창호 대원은 베이스캠프에 "35년만에 루팔벽에 오른 주인공이 돼 기쁘다"며 "춥고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빨리 내려가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루팔벽 정상 부근은 현재 기온이 바람이 부는 가운데 영하 40도 정도로 카메라 건전지가 얼어버릴 정도로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정대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디아미르벽 쪽 캠프4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디아미르벽 쪽 베이스캠프에서 원정대의 이성원 대장과 합류 5일 정도 후 루팔벽 쪽 베이스캠프에 합류, 같이 하산할 예정이다.

현재 원정대는 식량사정이 좋지 않고 부상자가 있어 하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낭가파르바트는 파키스탄 북동부, 인도와의 정전선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 9위봉으로 히말라야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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