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훈 <포항강변교회 목사>

일찍이 에릭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 라는 화두로 우리들에게 설득력 있는 질문을 던진 일이 있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작금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doing’ 와 ‘어떤 사람인가? being’ 가 또 화두가 되어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를 받고 있다.

직장을 얻지 못해 안절부절 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냐? 의 문제보다는 분명 무엇을 하고 있느냐? 가 우선적인 질문의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슨 일을 하느냐?’ 자체가 무시 될 일은 아니다.

각기 자신의 재능과 소질과 기술대로 자기 능력에 맞는 일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가 무시되거나 차선이 될 때 ‘일’이라는 것은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럴 때 ‘일’보다는 성공과 출세를 위한 권모술수와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들이 난무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인가?’ 가 선행되었을 때 ‘일’ 자체는 자신과 이웃을 위한 섬김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일’을 통하여 더욱 더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좋은 직장에서 유능한 기술을 가지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연봉 액수도 달라진다.

경쟁 사회에서 남보다 앞서간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면 자신과 관계된 가족도 동료도 다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일’ 중심의 사람은 별수 없이 세상살이도 기능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인생이란 기능적인 관계에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인생이란 〈함께〉의 존재가 될 때 행복을 누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사람에게는 소망이 자리를 잡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를 묻는 사람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태생 심리학자인 ‘헨리 나우웬’은 ‘친밀함’이란 책 속에 ‘나는 소망합니다.’ 글을 소개하고 있다.

“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볼 때 내가 더욱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다른 이가 내게 주는 사랑이 내가 그에게 주는 사랑의 척도가 되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언제나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기를.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내 용서를 구할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언제나 나의 한계를 인식하며 살기를. 그러나 내 스스로 그런 한계를 만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소망을 품고 살기를./”

이 글을 읽으면서 새삼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반추해 보았다.

이웃이 없는, 약한 자를 보지 못하는, 또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 시기에 행여 ‘일’ 만 찾아다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 보다 먼저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 베풀 수 있는 사람, 용서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임을 기억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일’로 인한 사회적인 부작용은 그만큼 감소되리라.

그리고 ‘일’에 무게를 두지 말고 ‘내일의 소망’ 을 간직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자주 찾고 질문하면서 살아가자.

내친김에 ‘각피석회화증’ 이라는 우리나라에 단 한 명 뿐인 불치병으로 온몸이 굳어 가서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박진식 님의 〈소망〉이라는 시도 더불어 소개하고 싶다.

“ 새벽, 겨우 겨우 라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햇살을 볼 수 있기를/ 아무리 천대받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을 할 수 있기를/ 점심에 땀 훔치며/ 퍼져버린 라면 한 끼라도 먹을 수 있기를/ 저녁에는 쓴 소주 한잔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타인에게는 하잘것없는 이 작은 소망이/ 내게 욕심이라면, 정말 욕심이라면/ 하나님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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