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훈 <포항강변교회 목사>

며칠 전에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관적인 목소리를 내리 깔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느낌이 밀려 들어왔다.

이야기인즉 열심히 일해도 한 달 생활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한 달 수입이 얼마며, 지출이 얼마인지 나는 모른다.

그 친구의 말은 이렇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 달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이것저것 하고서도 작은 액수지만 저축도 조금 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고 고민스럽다는 것이다.

친구와 전화 통화를 끊은 후, 문득 〈씀씀이〉에 대한 생각을 했다. 수입은 변함이 없는데 아무리 뜯겨 나가는 예외의 지출이 증가했다고 해도 먹고 사는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다. 즉, 그 친구의 〈씀씀이〉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좀 야박한 이야기 같겠지만 살기가 어렵다는 친구에게 〈씀씀이〉 즉 지출 항목에 대해서 조정을 해 보았는가? 묻고 싶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이룰 때 비교적 걱정 근심을 잊고 살아갈 수 있다.

이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되지 않으면 한 달 수입으로 이 세상 전부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살기는 힘들기 마련이다. 지출은 문제 삼지 않고 수입만 문제를 삼는다면 그 삶은 별 수 없이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예외이겠지만....

자신의 삶에 대해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내 친구는 수입은 고정되어 있는데 이것저것 뜯겨 나가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출 규모에 대해서는 전혀 줄이거나 수정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비 지출은 더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줄일 수가 없다는 말도 덧붙여 했다.

실제로 자신의 씀씀이를 줄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미 삶의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문화 상승곡선’ 적인 존재다. 위로 오르는 삶을 추구하는 존재다. 추구하며 살아온 현재의 문화생활에서 하향조정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한 번 오른 자리에서 내려가기를 싫어하고, 누리고 있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대안은 없다. 지출을 줄이지 않고서는 뾰족한 대안은 없다.

자칭 실용주의자이여 자유주의 경제학자라고 부르는 공병호 님은 자신의 저서 “ 한국, 번영의 길”에서 로마 대제국이 ‘팍스 로마나’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작은 정부‘를 추구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 로마가 멸망의 기로에 서게 된 이유를 한 문장으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 세금을 내는 사람의 수보다 세금을 거두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졌다.” 이 말은 로마가 ’큰 정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큰 정부를 만들다 보니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은 결국 국민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다.

어느 시대든지 역사의 교훈은 일치한다. 경제는 변한 것이 없는데 세금은 늘어나게 되면 결국 국민들은 국가에 대해 절망하게 되고 고개를 돌리는 법이다.

국민들의 삶은 변한 것이 없는데 국가가 세금을 많이 거두어들이니 국민들은 그만큼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살기가 힘들어지면 국민들은 국가에 대해 고개를 돌리는 법이다.

물론 개인과 국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개인은 국가의 기초적인 존재다.

개인의 삶을 비약해서 하나의 국가로 볼 때 공병호 님의 논리에 공감을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없다면 “ 작은 가정, 작은 지출” 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즉, 씀씀이를 축소해야 한다. 지금은 전 국민의 휴가기간이다.

정해진 수입을 생각하면서 휴가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 정해진 수입, 뜯겨? 나가는 공과금은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두가 다 그렇게 납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수입이 정해져 있다면 적절한 지출 항목을 만들어 살아가면 된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 적게, 작게’ 살아가는 삶의 틀을 만들어 간다면,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야! 씀씀이를 줄여 보지 그래!’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