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훈 <포항강변교회 목사>

지금 이 땅위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신음소리로 가득하다. 자연 재해의 피해를 입고 삶의 터전을 상실해 버리고 망연자실에 빠져 있는 우리들의 이웃들이 즐비하다.

텔레비전을 보기가 두렵고, 신문의 기사 읽기가 무섭다. 그들의 아우성 소리를 외면할 수 없고, 그들의 비참함을 모른 척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의 현장을 한 번씩 무자비하게 휩쓸고 가 버리는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하고 무기력한가? 를 연이은 재난들이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그 드러남 이면에는 또 다른 아픔의 사람들이 나뒹굴어져 있다. 한두 번도 아니건만 매번 이런 재난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울고 또 울어야 한다. 대항해 볼 수 없는, 완벽하게 대비를 했다고 할지라도 그 위력 앞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인간들.

얼마 전, 동남아시아의 쓰나미, 그리고 근래의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그리고 불과 며칠 전 우리 지역을 지나간 태풍 <나비>는 땅위에만 상흔을 남긴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가슴속을 시커멓게 멍들게 하고서는 얄밉게 사라져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눈물과 실의에 빠져있는 이웃들뿐이다.

사람들은 가끔씩 망각하고 사는 것이 있다. 바로 자연의 힘이다. 동화작가였던 정채봉님은 그의 작품 중에서 “ 사람들이 땅을 울리면 하늘이 사람들을 울린다.”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것이 진리는 아니겠지만 재난을 당할 때 마다 사람 된 우리들이 땅을 울리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땅이란 사람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삶의 무대이고, 땅이란 씨앗을 뿌려 추수를 하여 먹고 살아가도록 하는 생명줄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땅을 무시한다는 것은 삶의 기본을 무시하고, 정당한 방법과 노력으로 살지 않고 변칙과 부정한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여겨진다. 이런 인간의 삶에 하늘이 대신 땅이 흘린 눈물을 갚아준다는 것이다.

어떤 재난이라도 의미 없는 재난은 없다고 한다. 비록 현재 재난의 현장에서 재난으로 인한 고통과 아픔을 겪는 이웃들에게는 아직은 이해되지 않은 말처럼 들리겠지만 하늘이 하는 일에는 나름대로의 교훈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교훈을 잘 찾을 수 있다면 오늘 우리 이웃들에게 새겨진 상흔들은 쉽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단지 우리는 닥쳐온 아픔과 슬픔에만 깊이 빠져 있다 보면 원망과 불평만 하게 된다. 실망과 자포자기에 빠질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하는 것도 지혜로운 처신이라고 생각된다.

나아가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아픔과 슬픔의 상흔을 간직하고서 오늘도 그 아픔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쓰는 이웃들을 위하여 재난에서 비껴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또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기도 하다. 저들의 상흔들이 하루라도 빨리 지워질 수 있도록 함께 손과 마음을 모으는 것은 건강한 시민의 모습이다.

아울러 재난 속에서 깊은 상흔을 부둥켜안고 힘들어 하는 이웃들을 위하여 기도한다. 희망의 기도를 하고 싶다. 시인 정호승 님은 ‘첫 눈 오는 날 만나자’ 라는 산문집 중 ‘희망을 주는 기도문’이라는 글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위하여 이런 기도문을 올려놓고 있다.

“주님! 겐네사렛 호수에서 당신의 제자들이 많은 물고기를 잡은 것처럼 저는 날마다 마음의 호수에서 많은 물고기를 낚아 올립니다. 지느러미 하늘대며 펄펄 살아 뛰는 그 싱싱한 물고기들의 이름은 희망, 기쁨, 겸손, 인내…. 모두가 아름다운 당신의 선물입니다. 당신 말씀대로 호수 깊은 곳에 그물을 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이 잡힌 물고기에 제자들이 놀란 것처럼 저도 당신의 크신 사랑과 능력에 할 말을 잃어버린 작은 어부 입니다. 주님! 때로는 어찌할 바 모르고 제가 절망의 한 가운데에서 빈 그물을 씻을 때마다 당신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 그리고 당신의 말씀대로 마음 깊은 곳에 기도의 그물을 치면 비늘이 찬란한 희망과 기쁨의 고기가 잡혔습니다. 삶에 필요한 겸손과 인내도 많이 얻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저의 뜻을 따라 살지 않고 멀리 떠날 준비를 하게 하소서. 배와 그물조차 버리고 당신을 따라나선 제자들처럼 모든 정든 것을 버리고도 기쁠 수 있는 사랑의 숙명만이 승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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