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에겐 봄바람처럼 관대하게, 자신에겐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라는 뜻의 채근담 구절이다.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제 위반으로 시의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포항시의회 임영숙 의원의 사례를 지켜보면서 줄곧 떠오른 문구다.

임 의원은 자신 명의의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잘못 표기해 행정처분을 받았고, 의회에서 사과했으며, 징계까지 받았다.

그는 지난 21일 식당 운영능력 미흡과 관리부실로 물의를 빚었다며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공개사과했다. 전체의원 간담회 석상에서도 의회의 명예를 실추시켜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의회 윤리특위로부터 20일간 출석정지란 중징계도 받았다. 의원으로서 치명상을 입었다.

이번 일로 임 의원은 공인(公人)으로서 얼마나 엄격하게 처신해야하는지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고의가 아닌 단순실수였다해도 시의원이란 사회적 지위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피해가지 못했다. 같은 시기에 수 곳의 유명 업소도 단속에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유독 임 의원에게만 비난이 집중됐다. 공인이란 이유로 밖엔 설명이 안 된다. 일부는 임 의원의 행실까지 들먹이며 비난대열에 가세하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이기도 했다. 할말이 많을 수도 있지만 임 의원은 입을 다문 채 자숙하고 있다.

법 앞엔 만인이 평등하지만 세태(世態)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른바 공인이라는 사람들은 조그만 실수를 범해도 가혹하리만치 여론의 채찍질이 가해질때가 많다. 공인이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하는 이유다. 실수이건, 관리부실이건 간에 법규를 어겼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임 의원이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잘못 표기해 취한 이득이 금액으로 따지면 10만원도 채 안 된다. 더구나 수입산 쇠고기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 것이 아니어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더욱이 과징금 납부, 공개사과, 의회징계 등 모든 법적·도덕적 제재는 다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단체가 집회를 계속 열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내년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순한 의도가 끼어들 여지가 있어 보인다. 세간에선 "그 정도면 됐다. 도가 지나치면 '마녀사냥'이나 '인민재판'이 된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평소 임 의원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의원일수록 징계 요구가 거셌다. 차제에 징계 요구 의원들을 포함해 시의회 구성원 모두 철저하게 자기성찰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흘이 멀다하고 윤리특위를 구성해야하는 의회 권위 추락의 도미노 시대를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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