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그랜드캐년 태항산대협곡의 파노라마
중국의 그랜드캐년 태항산대협곡의 파노라마
  • 승인 2009년 10월 22일 23시 01분
  • 지면게재일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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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복의 명산 트레킹 2 -1 중국 태항산대협곡

경북산악연맹(회장 강석호)에서 해외 명산 트레킹 코-스 발굴을 위한 두 번째 대상지인 중국의 태항산(太行山)을 지난 10월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도연맹 산하 시,군연맹 회장들과 함께 다녀 온 답사기를 지면에 담고자 한다.

이번에 다녀 온 '태항산대협곡(太行山大峽谷)'은 중국의 '그랜드 캐년' 이라고 불릴 만큼 거대한 중국 국가 4A급 풍경구(風景區)다. 남북 길이가 600여Km, 동서로 250여Km나 되는 엄청난 대협곡(大峽谷)이 중국 중원(中原)의 3개 성(省)을 아우르고 있다.

태항산의 서쪽인 산서성(山西省)과 황하(黃河)의 북쪽인 하북성(河北省), 남쪽인 하남성(河南省)을 넘나드는 대협곡의 파노라마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시야고우 절벽을 에워싼 웅장한 암벽들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태항산(太行山)은 우리에게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잘 알려진 '우공이산(愚公離山)'의 배경이 된 곳이라 듣고 보면 그리 낯설지가 않다. 그 옛날 구십이 넘은 우공(愚公)이 둘레 700리가 넘는 태항산의 흙을 퍼서 발해만 까지 한번 옮기는데 일 년이란 세월이 걸리는데 이 산을 옮기겠다하여 주위의 비웃음을 사지만, 자기가 못하면 자자손손 대를 이어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며 계속하자 옥황상제께서 감동하여 산을 옮겨 주었다는 내용이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실려 전해 오고 있다.

10월5일, 일행들을 실은 중국 산동항공(SC4096편)이 산동성(山東省)의 성도(省都)인 제남(齊南)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밤 12시가 다 되었다. 마중 나온 가이드(마용해 과장)와 만나 숙박지인 료성(聊城)의 '미경가일대주점(美景暇日大酒店)'에 여장을 푸니 새벽2시가 넘어서고 있다. 호텔방이랄 수 없을 정도로 낡은 방안에서 컵라면에 소주 몇 잔을 털어넣고 첫 밤을 지냈다. 10월6일, 중국의 첫 아침식사를 맞았다. 먹을 만 한 게 별로 없다. 머얼건 쌀죽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8시에 호텔을 출발했다.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끼어 주변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인구 100만의 료성은 '수(隋:ac581~618)'나라 때 만들었다는 북경에서 항주까지 이어진 경항운하(京杭運河)가 지나가는 물의 도시란다.

산동성 청도(靑道)에서 감숙성(甘肅省) 난주(蘭州)까지 가는 청난고속(靑蘭高速)도로를 타고 산동성에서 하북성을 넘어 한단(邯鄲)까지 2시간여를 달린다. 다시 경항오고속(京港澳高速:북경-홍콩-마카오간)으로 바꿔 하남성의 대도시인 안양(安陽)에 도착했다. 570만 인구의 꽤나 큰 도시다. 기원전 1600년경에 세워진 중국 최초의 왕조(王朝)로 알려진 '상(商:bc1600~bc1046)'나라의 도읍지로 '은(殷)'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안양을 떠나 오늘의 숙박지인 임주(林州)까지 1시간을 더 달렸다.

'해풍화원(海豊花園)'이란 식당에서 모처럼 입맛 나는 점심을 먹고 포플러 가로수가 유난히 많은 한적한 도로를 따라 20여분 달리다 보니 도로 끝 부분에서 거대한 암릉이 우리를 가로 막는 듯 서 있다. 이제부터 시작 인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깍아 지른 절벽 사이로 서기(瑞氣)가 서린 듯 희뿌연 한 연무(煙霧) 같은 게 피어오른다.

산허리를 감고 굽이굽이 돌아 오르는 사이 '태항산대협곡풍경구(太行山大峽谷風景區)'라는 안내판이 우리가 찾아온 목적지임을 알려준다. 터널을 지나 고개 하나를 넘어 도착한 곳이 '선대산(仙臺山)'이다. 입구에서부터 돌계단이 시작 된다. 중국의 산은 돌계단 천지다.

지난 3월에 간 강서성(江西省)의 삼청산(三淸山)에도 돌계단 때문에 죽을 맛이었는데 또 다시 돌계단이 시작된다. 거대한 암봉과 절벽들이 사방에서 힘자랑하듯 우람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낙타등을 닮은 '선대타봉(仙臺駝峰)'을 타고 넘어 '등운대(騰雲臺)'에 올라 주변을 조망 하니 구름타고 하늘을 오른 듯 까마득한 절벽들이 발아래 쏟아나 있다.

선대산의 주봉인 '선도봉(仙桃峰)'에서 내려다 본 절벽 사이로 난 도로가 가물 가물거린다. 태항산대협곡의 전주곡을 듣는 듯하다.

선대산 트레킹을 1시간 반 돌고 내려와 버스로 30여분을 이동하여 '임려산(林慮山)'이 위치 한 '석판암(石板岩)'에 당도했다. 거대한 태항산대협곡 안에는 여러 이름의 산들이 즐비하고 그 이름들 또한 독특한 의미(意味)를 지니고 있다. 양편에 우뚝 선 절벽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걸으며 협곡의 심장 속으로 빨려든다. 길 가에선 석판을 반듯 반듯하게 잘라 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곳 이름이 '석판암(石板岩)'인 게 금방 이해가 된다. '비룡협(飛龍峽 )'이란 글씨가 높은 벼랑에 걸려 있다. '용이 날아 간 협곡'인 만큼 굽이치는 계곡이 아찔하다. '도화곡풍경구(桃花谷風景區)'란 안내판을 따라 도화곡(桃花谷)으로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엄청난 굉음(轟音)이 울린다.

협곡 안에서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지 사뭇 궁금하다. 여러 차례 울린 굉음의 진원을 찾는 데는 그리 얼마 걸리지 않았다. '황룡담(黃龍潭)' 녹색 물빛이 흘러내리는 폭포와 함께 협곡의 하모니를 만들어 더욱 운치를 더해 준다. 협곡사이로 난 좁은 바윗길을 오르다 보니 세로로 가지런히 놓인 세 개의 큰북이 굉음의 주인공이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북 하나를 두드리면 세 개의 북이 동시에 공명(共鳴)되어 큰 소리가 울리게 된다. 높은 절벽사이로 난 좁은 바윗길을 돌아돌아 협곡을 오르니 출렁다리도 있고 우렁찬 폭포와 깊은 소(沼)도 있다. 길가에서 신문을 펼쳐 놓고 열매류를 팔고 있는 어린 소년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찡해 진다. '두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갖고 놀고 있다'는 뜻의 '이룡희주(二龍戱珠)'협곡을 지나 도화곡의 끝자락에 있는'구련폭포(九蓮瀑布)'를 오르니 왼쪽 벼랑 밑으로 차도가 나있다.

기가 막힌다. 좁디좁은 협곡 사이로 한 몸 겨우 빠져 나가는 바윗길을 힘겹게 올랐더니 버젓이 차도가 나오니 실망스럽다. 중국의 명승구 개발은 우리네와 사뭇 다르다. 우리는 흙길이나 돌길이라도 자연 그대로가 좋은데 중국은 그렇지 않다. 많은 중국인이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도로도 내고, 계단도 만드는 것이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도화곡에서 버스로 30여분 또 이동한다. 협곡 상단에서 돌아 내려오는 환산선(環山線) 코-스 다. 구불구불 휘어지는 커브 길을 잘도 달린다.

'왕상암(王相岩)'이란 풍경구에 도착하여 또 돌계단을 오르다. 조망이 트인 곳에서 올려다보니 아찔한 절벽에 지그재그로 난 철계단이 현기증을 자아낸다. 70~80m 는 족히 되는 직벽에 난 철계단을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른다. 계단을 올라서니 '태항대협곡(太行大峽谷)'이란 붉은 글씨가 새겨진 자연석이 우리를 맞는다. 내려다보는 대협곡의 파노라마가 정신을 잃게 한다. 다시 발품을 팔아 오르니 이제는 더 기가 찬 물건(?)이 있다. 원통형 파이프에 나선형(螺線形) 쳘계단을 두른 '통제(筒梯)'가 직벽에 붙어있다. 높이가 88m나 된다니 가히 물건(?)이랄 수 있다. 고소공포증(高所恐怖症)있는 사람은 엄두도 못 낼 만 하다. 뱅글뱅글 돌아 오른 통제 오름 짓은 아찔하고 어지럽다.

중국인다운 발상이라 상상도 안 되는 일이다. 직벽에 지그재그 철계단을 내고, 통제를 만든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통제를 지나 절벽을 뚫어 만든 거의 기다 시피 낮은 통로를 통과하니 이번에는 절벽과 절벽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해 티롤리안 브릿지 통과 구간이 나온다. 안전밸트에 카르비나를 케이블에 연결해 도르레로 움직이는 길이가 200m 가 넘는 케이블 케리어 시설이다.

한번 타는데 중국 돈 30위안(우리 돈 6천원정도)을 받는다. 용기 있는 자만이 탈 수 있다. 일행 중 몇은 포기하고 산길로 우회한다. 필자는 용기 있는 사람 측에 들어 신나게 계곡을 가로 질렀다. 그간 뱃속이 편치 못했는데 시원스레 낫는 듯하다.

2시간여의 왕상암 트레킹을 마치고 어둠이 깔린 평호(平湖) 호숫가에 있는 평호산장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임주(林州)의 '태항춘천대주점(太行春天大酒店)'에 여장을 풀었다. 3층 구조의 유럽형 호텔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늦은 밤을 마다하고 모여앉아 집에서 가져 온 밑반찬을 안주삼아 중국의 밤을 권주가(勸酒歌)로 지새는 재미 또한 트레킹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내일을 기대하며 즐거운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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