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철기자

지난 28일 토요일 오후 예천군 문화회관에서는 내년 군수선거 예비후보인 김모씨가 선거 출범식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출판기념회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지역주민들은 물론 재경, 재부 등 출향인사들이 관광차를 대절, 대거 참석하며 700여석이 넘는 자리를 다 메우고도 남았으니 줄잡아 1천여명이 넘을 것으로 짐작됐다.

'연어의 꿈을 품다'는 책 제목처럼 가난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학원을 경영해 적지않은 돈도 벌고 이제 고향으로 회귀해 연어의 삶처럼 고향을 위해 살다가 생을 마감하겠다는 김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날 현장을 찾은 기자의 눈에 비친 출판기념회의 모습은 입구에서부터 실망감 그 자체였다.

화환 등 일체의 찬조를 거절하겠다는 초청장의 글귀를 보면서 구 정치인들의 구린내보다는 젊은 사람의 참신하고 청량감 넘치는 생동감에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찾은 출판기념회는 행사장 입구에 도열한 100여개의 화환을 본 순간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출판기념회는 현역 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에게 자신을 알리고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날 김씨의 출판기념회는 참석 주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위화감마저 주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경향각지에서 김씨의 출판기념회를 축하해 주기위해 참석한 일부 인사들 중에는 매년 선거철만되면 특정 후보에게 빌붙어 자신의 친,인척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던 일명 선거꾼들의 모습까지 눈에 띄어 참신하다(?)는 평소 젊은 김씨의 이미지마저 흐려 놓았다.

책머리말처럼 30여년간을 고향을 떠나 살면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처럼 앞만보고 달려 오다가 고향 군수가 되겠다고 갑자기 귀향을 한 김씨의 입장에서는 군민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거법으로 허용된 출판기념회가 더없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기 침체로 인해 지금 예천성당과 예천교회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독거노인들과 불우이웃들에게 무료 배달하고 있는 도시락과 반찬 봉사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부족한 후원금 때문에 안타까워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다.

행사장에 도열되어 있는 100여개의 화환 가격이 줄잡아도 1천여만원이 넘는다 생각하니 지난 겨울 난방비가 없어 한겨울에도 냉방에서 두터운 이불을 뒤집어 쓴채 일주일에 한번 배달되는 무료도시락을 받아들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하던 감천면의 팔순 할머니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라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가 쉽지 않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앞으로 6개월이나 남아 있다.

군민들 대다수는 군민들의 2% 정도도 되지 않는 지지자들과 화환속에 감춰진 허세 보다는 진심으로 군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군민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진정한 목민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김씨를 비롯한 예비후보들 모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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