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기자

해마다 이맘때면 프로 스포츠계는 선수들의 이적으로 분주하다. 시즌 후 난롯가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협상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해 팬들이 입씨름을 벌이는데서 비롯된 스토브리그(stove league)는 프로 구단의 한해 농사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여서 팬들의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프로구단은 우수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동시에 기존선수와 연봉협상에도 나서야하기에 시즌 못지않게 바쁘게 움직인다.

하지만 다같은 스토브리그지만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연봉공개 행태가 달라 의구심을 낳고 있다. 프로야구가 선수의 연봉을 낱낱이 공개하는 반면 프로축구는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대구·경북을 연고로 하고 있는 대표적 프로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와 포항 스틸러스의 연봉 공개 상황도 대조적이다. 삼성은 소속 선수들의 연봉 재계약 상황을 생중계(?)하는 반면 포항은 일체 공개하지 않고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삼성은 해마다 전 선수의 연봉 계약 상황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다. 팬들은 이를 토대로 선수들의 몸값을 알게 된다. 물론 기본 연봉을 제외한 성적에 따른 옵션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공개하지 않는다. 일일이 공개하면 복잡하거니와 세세한 사항까지 알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항은 외국인 선수는 물론이고 국내 선수의 기본 연봉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포항 뿐 아니라 국내프로구단 전체가 선수 연봉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포항 관계자는 선수 간 위화감 조성을 우려해 연봉 공개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봉 격차가 선수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말은 프로 생리에 맞지 않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다. 당연히 프로선수는 성적에 따른 연봉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몸값이 공개되는 것이 두렵다면 열심히 뛰어서 좋은 활약을 펼쳐 제대로 대우를 받으면 된다.

포항이 위화감 조성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지만 야구처럼 연봉산출 기준인 데이타가 상세하지 않다는 점이 보다 현실적 이유로 보인다. 야구는 타율과 타점, 홈런, 안타 등 데이타가 선수별로 정확하게 산출된다. 축구 역시 골과 도움, 슈팅 수 등 객관적 데이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야구에 비해 세세함이 떨어진다. 프로축구단이 진정 우려하는 것은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일 것이다.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나은 대우를 받으면 인정하기 싫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명확해진다. 구단은 1년 동안 꼼꼼히 기록한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와 성실히 협상에 임해야하고 선수는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른 팀을 찾는 게 상식에 맞다.

과거 검은 거래로 에이전트와 구단 직원들이 사법처리되는 등 프로축구계가 진통을 겪었지만 그때 뿐이다. 이제는 프로축구단도 선수 연봉을 떳떳히 공개해 의혹의 시선을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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