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위덕대 교수·학생생활상담실장·심리학 박사)

일본에서 유학을 할 때 첫째아이를 낳았다. 남편과 나에게는 기다리던 아이였다. 일본의 지도교수는 임신사실을 알렸을 때 말로는 축하한다고 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유학하면서 아기를 키우겠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제대로 공부를 마칠 수 있을까' 라며 우려 섞인 관심을 보였다. 주위에서 걱정스런 시선으로 볼수록 불안한 마음을 잊기 위해 공부에 매달렸다. 대학원수업을 마치면 어린이집 가서 애 데려와 저녁 먹고, 목욕시키고 재우고 나서 '이제부터 내 시간이다'하며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밤을 새가며 책과 씨름했었다. 저녁시간을 활용할 수 없으니 밤에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 딸은 하루 밤에도 몇 번씩이나 자다가 깨서는 서글프게 울어댔다. 아이는 엄마의 숨냄새를 맡으며 잔다는 말이 있다. 자면서도 엄마없는 허전함이 아이를 깨웠던 것이다.

요즘은 아기침대를 사용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나도 다른 유학생부부가 쓰던 것을 물려받아 아기침대를 사용했었다.

그러나 꼭 침대에서 재워야 한다거나 혹은 반대로 아기는 꼭 엄마와 같이 자야한다거나 하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지 않았던 나는 비교적 유연하게 생각했다. 적당한 산책과 외출로 아이가 잘 자면 아기 침대에서 재우고, 자주 깨고 우는 밤에는 옆에 눕히고 같이 잤다.

엄마와 같은 이불을 덮고 자면 아이와 엄마 체온이 달라 아기가 덥게 느끼므로 따로 자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에서는 아이의 자립심을 길러주고 부모가 숙면을 취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아기는 침대에 재우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면 자립심을 길러주기 위해 잠자리를 따로 해야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심리학 이론 중 대상관계이론에서 보면 3세~4세가 되어야 정서적 대상항상성이 형성될 수 있는데, 이 정도 나이가 되어야 엄마(또는 주된 양육자)에 대한 긍정적이고 안정된 모습을 아이가 내면에 가질 수 있게 되고, 엄마가 없어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한동안 떨어져 지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엄마와 하나라는 느낌을 갖고, 의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릴수록 밀접한 접촉과 스킨십이 중요하므로, 가장 밀접한 스킨십과 동행이 필요한 시기가 1세인 것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아이가 어릴수록 귀여워하고 부비부비 비벼대고 쪽쪽 뽀뽀하고 끌어안고, 들쳐 업고 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기침대를 사용하면 좋지 않다는 건 아니다. 아이특성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득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단 정말 곤히 자다가 아이울음소리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아이침대로 달려갈 땐 조심해야 한다. 난 침대모서리 같은 데 부딪치느라고 다리 주변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던 아픈 추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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