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위덕대 교수·학생생활상담실장·심리학 박사)

얼마 전 기사에 부모가 아기에게 분유를 제대로 먹이지 않고 부부가 함께 컴퓨터 게임에 빠져 결국 3개월된 아기를 아사시킨 사건이 보도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부가 아이를 잃으면서까지 집중했던 게임은 게임 속의 가상의 소녀캐릭터를 돌보고 키우는 것이었다고 한다.

3월 8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도 비슷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5세 남아의 부모는 아이를 굶겨서 1세아 보다 적은 몸무게인 6.2kg정도에 키는 2세아 정도의 85cm인 상태인데도 아침에만 한 번씩 적은 양의 밥만 먹였으며 사망 전 일주일간은 전혀 밥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이 부모는 경찰서에서 '아이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아동학대의 결과로 나타나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는 경악하고 분노한다. 그러나 이 가여운 아이들은 몸의 영양을 섭취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조금의 애정도 받지못하는 환경 속에서 자랐다면 머지않아 심리적 사망상태에 이를 것이며, 생물학적인 사망에도 이를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유명한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해리할로(Harry Harlow)는 가짜 원숭이 엄마와 진짜 새끼 원숭이 실험으로 인간은 영양만이 아닌 스킨십과 함께 자란다는 것을 증명했다. 할로는 실험을 위해 철사로 어미 원숭이 모형을 만들고 유방을 달아 강철로 만든 젖꼭지를 연결해 그 사이로 분유가 흘러나오게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짜 어미원숭이는 원기둥 모형에 천을 입혀 푹신하고 포근한 감촉으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갓 태어난 원숭이 새끼들을 두 마리의 가짜 어미 원숭이와 함께 우리 안에 넣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새끼 원숭이 들은 천으로 만든 푹신한 가짜 어미에게 웅크리고 안겨있거나, 끌어안아 매달리고, 몸과 얼굴을 만지면서 몇 시간씩 보냈다. 단지 푹신한 어미 원숭이는 젖이 달려있지 않으므로 새끼원숭이는 배가 고플 때만 젖이 달린 철사 어미에게 달려가 우유를 마시고 천 어미에게로 잽싸게 돌아갔다. 어떤 새끼 원숭이는 잠시라도 천 원숭이의 품에서 떠나기 싫은 듯 몸은 천 원숭이에게 매달린 채로 얼굴만 철사 어미로 향해 우유를 먹는 사진을 발달심리학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할로는 "우리는 감촉이 주는 편안함이 영양이라는 변수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인간이 우유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였다.

존보울비(John Bowlby) 유사한 점에 관심을 가졌다. 과거 수용시설에서 자란 많은 아동들이 커서도 깊은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또는 영양이 충족되었는데도 사망하는 아동들이 많았다. 시설에서는 아기들이 울 때 돌봐주고, 웃을 때 함께 웃어주고, 옹알거릴 때 말을 받아주고, 안아 달라고 할 때 안아서 들어 올려 줄 만큼 충분한 인원을 고용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장해서 타인을 믿지 못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는 '애정에 목마른 사람'이 되기 쉽다고 하였다.

내게 상담 오시는 부모님 중 자녀와의 관계가 악화되어 힘들어 하시는 경우, 자녀와의 스킨십을 권해드릴 때가 있는데, 대부분 처음에는 매우 힘들어 한다. 마음에서부터 아이를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 때, 아이를 안아주거나 뽀뽀하거나 할 때 소름이 돋았다는 어머니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처럼 몸이 연약하고 작고 따뜻한 아이를 내타인을 믿고 신뢰하게 되고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의 마음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내게 아이를 자주 안아주는 것이 좋냐고 묻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마음껏 안아주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아이에게 젖이나 밥을 잘 먹이는 것이 중요하듯이 아이를 안아주고 웃어주고 얘기를 나누는 것은 심리적 밥을 먹이는 일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쉽게 잊게 되므로 나는 심리적 밥에 대해 자꾸만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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