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은 뛰고 싶었다
설기현은 뛰고 싶었다
  • 최만수기자
  • 승인 2010년 03월 25일 23시 30분
  • 지면게재일 2010년 03월 26일 금요일
  • 1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만수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키플레이어로 기대하던 설기현(31)의 갑작스런 중상소식에 침울하다. 세계 최고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해 온 설기현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4일 중국 산둥 루넝과의 경기에 앞서 구단 프런트들은 설기현의 부상 소식을 알리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산둥과의 경기 도중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설기현이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왼 무릎 연골 파열로 인한 수술과 재활로 3개월을 뛰지 못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프런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설기현의 부상에 3회 연속 월드컵 출전 꿈에 부풀어있던 본인은 물론이고 허정무 대표팀 감독, 프런트, 팬들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 특히 설기현의 등장만을 학수고대하던 포항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설기현이 최근 몸상태가 좋아져 경기출장을 앞둔 상황이어서 허탈감이 더했다.

포항은 설기현과 모따를 영입하면서 잉글랜드, 브라질, 포르투갈 등 세계 정상 무대에서 보여준 플레이를 스틸야드에서 옮겨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포항은 개막전부터 설기현 사진이 들어간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설기현은 무릎부상이 악화되면서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또한 수술을 받으면 하반기에나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설기현 마케팅'이 시작부터 김이 샜다.

설기현은 무릎에 좋지 않아 지난달 호주 애들레이드 원정에서 혼자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 뒤 부산 집에서 휴식을 취했고, 지난 주 팀에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레모스 감독도 "부상에서 회복해 제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출장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해 설기현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팀내 최고 몸값선수가 시즌 개막 이후 1경기도 뛰지 못한 것은 개인의 불행을 떠나 선수관리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설기현이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뜻을 레모스 감독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레모스 감독이 왜 설기현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은 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선수기용은 감독의 고유권한이지만 팀의 중요한 선수가 뛰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음에도 출장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선수를 배려하기 위한 선의에서 비롯됐다면 아름다울 수 있지만, 자신이 데려온 알렉산드로에게 출장기회를 더 부여하겠다는 생각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알렉산드로는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아래 전 경기에 출장했지만 오히려 그의 플레이에 실망한 팬들의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설기현의 부상이 '아름다운 축구'를 추구하는 레모스 호에 암초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만수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