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위덕대 학생생활상담실장·심리학 박사)

가끔 TV에서 달인들의 묘기에 가까운 일솜씨를 보여 놀라곤 한다. 달인들은 그 비결에 대해서 '오랫동안 하다보니 자연히 이렇게 됐다'는 겸손의 대답을 많이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신만의 노하우(know-how)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달인들은 자신의 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답을 하고 있다. 노왓(know-what), 즉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것도 잘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요리를 싫어하는 사람이 요리의 달인이 되기는 어렵듯이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잘 선택한 것이다.

자녀키우기는 어떨까? 자녀키우기에도 노하우와 노왓이 있다.

유학시절 심리적으로 미숙했던 나는 지도교수와 주위 동료들에게 유학생이 공부에만 전념해도 어려울 텐데 애 키우면서 제대로 해내겠냐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심신이 지칠만큼 아등바등 했었다. '아이가 없었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더 있다가 낳았더라면...'하는 한심한 생각도 했었다. 우리 딸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서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곤 했는데 조금 성장해서는 원의 아이들과 싸움도 잦았다. 싸워서 뺨에 손톱자국이 난 채 눈물, 콧물 범벅이 돼서 앉아있는 아이를 볼 때면 '우리아이가 적응을 못하나?', '내가 애를 잘 못 키우고 있나?' 혼란스러웠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했는데 아침마다 엄마와 안 떨어지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안고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보고 결국은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나와야 했을 때, 누군가에게 가슴을 쥐어뜯기는 것처럼 아팠다. 죄책감에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내게 너무도 절실한 문제였다.

내 전공은 발달상담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심리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되는지 이론을 공부하고 실제로 적용하면서 애써왔다. 나는 이런 전공을 하는데도 이렇게 아이키우기가 힘든데 다른 부모님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자녀키우기에 유능한 방법을 알고 있고, 헌신적인 부모라 할지라도 부모가 되는 일은 가장 어렵고 많은 스트레스와 좌절을 겪는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기거나 자녀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 부모는 자책하기 쉽고 부모로서의 능력과 자격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 부모교육을 여러 기관과 초등학교에서 수십 회 실시하면서 '교육의 효과와 한계'를 늘 실감한다. 부모교육 후 지금껏 자녀에게 잘 못 양육해왔다는 생각에 반성도 하고 앞으로는 정말 바람직한 양육기술로 아이를 키우리라 굳은 다짐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부모님들께 피드백을 받아보면 적지 않은 부모님들이 머리로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알겠는데 행동은 안 따라 준다는 것이다.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자녀에게 잔소리와 모욕적인 말을 하고 정신없이 때리고는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하였다. 자녀양육의 노하우는 알았지만 여전히 자녀와의 관계가 어렵다.

그러면 부모로서 무엇을 해야할것인지 노왓에 대해 고민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녀에게 문제나 상처가 있다고 느껴지면 아동상담을 의뢰하여 자녀를 치료하려고 한다. 그런데 부모가 성장하면서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에 자신이 받은 상처는 방치해 둔 것이 자녀양육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반드시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그 시기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안에 살고 있는 내면 아이에게로 돌아가서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보듬어주는 내면아이 치유의 경험이 필수적이며 그 때서야 진정한 내면의 편안함이 찾아온다.

직업의 달인들이 노하우와 노왓을 잘 알고 있듯이 자녀문제로 고민이 될 때 자녀양육기술과 더불어 부모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는데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부모교육의 노하우를 교육해 왔는데 이번에는 지역의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자기변화에 관심있는 분들은 포항시보육정보센터(Tel. 054-256-2580)나 한국청소년체험문화재단 포항지부 우리들 좋은세상(054-247-8190)에 문의하면 이와 관련된 정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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