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대구의료원장, 취임후 9년연속 흑자경영

9년 연속 흑자 경영으로 화제를 모은 이동구 대구의료원장이 최근 공격적인 경영으로 병원 안팎으로부터 또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15년 동안 적자가 쌓여오던 의료원을 취임 첫해에 흑자로 반전시키며 이후 연속 9년 동안 흑자경영을 계속해 화제를 모은 이동구 대구의료원장.

최근에는 특수질환 전문 병원, 장례식장 건립, 대규모 병원 리모델링 등 공격적 경영을 펼치며 대구 시민들은 물론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새삼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동구(65) 원장이 대구의료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1998년. 당시 적자 행진에서 헤어나지 못해 존폐까지 거론되던 대구의료원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대구시는 원장을 공개모집했다.

대구의료원 전경

개업의로 연 소득세만 1억 원이 넘는 이 원장이 연봉 5천만 원에 불과한 이 자리에 응모하자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병원 경영을 해 돈도 많이 벌었지만 대구의료원이 환자중심으로만 운영하면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원서를 내면서 병원경영계획에 자신이 구상하던 '환자 중심 병원' 운영 전략을 담았다. 그리고 5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뒤로하고 선임됐다.

대구의료원 본관의 리모델링후 조감도

그는 취임하자마자 자신의 경영철학인 '환자 중심 운영'을 위해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저녁 8시까지 야간 진료제를 도입했다. 의사와 직원들이 강력히 반발했지만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과 사정이 다르다"며 설득해 나갔다. 지금까지 대구에서 보지 못했던 야간 진료가 이뤄지자 당연히 환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환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2년쯤 지나자 환자수가 줄어 이 서비스는 지금은 중단된 상태.

이 원장은 또 의료원 본관의 원장실 등을 없애 모두 병상시설로 바꾸고 직원들에게는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교시키는 등 의식전환교육을 실시했다. 의사들에겐 퇴직금을 정산하고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성과급도 시행했다. 특히 이들을 1년 기간의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지금 우리 병원에 월 2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의사가 있는 반면 3천만 원에 불과한 의사도 있습니다. 이들이 똑같은 월급을 갖고 간다면 누가 열심히 일을 하고 힘든 부서에서 근무하려고 하겠습니까" 현재 성과급제로 최고와 최저 의사는 500여만 원의 월급 차이가 나고 있다고 이 원장은 전한다.

그는 또 '강성' 노조에 강력히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우선 노조전임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판기 수익을 노조로 달라는 요구도 거절했다. 내부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그는 직원들에게 "내가 나가겠다. 하지만 그냥 나가지 않는다. 이 병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구시에 보고하겠다. 그리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겠다. 병원이 문을 닫게 되면 그건 전적으로 당신들 책임이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그리고 자신도 엄격한 생활을 했다. 운전기사도 두지 않고, 업무추진비도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카드도 없앴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집무실 전등을 반으로 줄였다.

결국 직원들은 이 원장의 경영방침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이 원장은 '경영개선과 미래계획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구성했다. 여기에서 나온 구상의 하나가 바로 '라파엘 웰빙센터'다. 일반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 노인, 치매 및 재활환자를 위한 전문 치료 시설이다. 하지만 계획 뿐. 지을 땅도 돈도 전혀 없었다. 고민하던 차에 당시 행정자치부의 '2천년대 경영 전국대회'에 이 시설 설립 계획으로 응모해 최고상을 받았다. 이를 들고 대구시를 찾아 대구발전 중장기 계획에 이 시설 설립계획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일 마지막 항목으로 겨우 턱걸이했다. 그는 또 기획예산처를 무작정 찾아가, 이 시설로 상 받은 것을 강조하면서 실무자에게 40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 열의에 못이겨 300억 원이 지원됐다. "이 때가 바로 2003년 8월 6일입니다. 눈물이 핑 돕디다"

하지만 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났다. 시설부지가 공원이어서 도시계획변경이 이뤄져야 하지만 서구의 도시계획위원들이 모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어렵게 확보한 국비를 반납해야 할 처지가 됐다. 위원장에게 이를 부결시키지 말고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다시 교수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겨우 6개월만에 통과됐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이제는 대구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 안이 통과돼야 했는데 설득을 해야 할 사람을 헤아려 보니 50명이나 됐다. 위원회가 열리는 날 그는 설명을 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참여한 20명의 위원들에게 이 시설의 필요성을 설명했는데 의외로 쉽게 통과됐다. 연이어 시의회도 통과했다. 하지만 또 난관이 나타났다. 대구종합건설본부와 도개공에 건립공사를 부탁했지만 300억 원의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답이 왔다. 결국 직접 짓기로 했다. 건설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영입하고 대구시 건축관련 직원을 파견받아 건축팀을 구성했다. "2005년말 기공식을 하던 날 이 때도 펑펑 울었습니다" 건축팀은 직접 자재를 고르고 건물 색상까지 모두 자신들이 담당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말 피땀어린 건물이 준공됐다. "건물을 다 짓고 보니 오히려 돈이 남았습니다"

내친 김에 대구시의 개발기금으로 병원 인근의 공장부지를 사 들여 장례식장도 지었다. 2007년에는 중리동에 노인전문병원도 개원했다. 115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지난 해에 동관과 서관의 리모델링을 끝낸 데 이어 지금은 본관의 리모델링까지 진행하고 있다. 동관에는 대구·경북에서는 처음으로 음압시설을 갖춘 병상 5개까지 설치됐다. 수차례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확보한 예산 7억8천만 원으로 지난 해에는 CT, MRI 등도 구입했다. 이 원장 취임 전후의 병원 모습은 이렇게 해서 완전히 달라졌다.

이같은 병원시설과 장비 구축 등 때문에 이 원장의 '취임 후 연속 흑자 행진'이 지난 2008년부터 중단됐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2008년에는 28억, 2009년에는 30억원이 건물의 감가상각비로 계산됐다. 지난해의 경우 감가상각비를 포함해 6억원의 적자가 났는데 이를 제외하면 24억원의 경상흑자가 났다"라며 "그러나 내년부터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장담한다. 최신 시설을 많이 들여오기 때문에 환자들이 많이 찾아 올 것이라는 확신때문이다. 그는 "의사 1명이 월 500만 원만 더 벌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가장 어려웠던 때를 묻는 물음에, "저의 진정을 몰라주고 비판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 마음이 많이 아팠지요" 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좀 여유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병원의 장기발전을 위한 토대는 대부분 구축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지난 8년간, 좋아했던 바둑(그는 아마 5단이라고 소개했다), 담배 다 끊고 수도자처럼 살았다. 취임 후 한 번도 잡지 못한 골프채를 최근에 잡았다"고 했다.

그는 성주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를 졸업하고 경북대 의대로 진학했다. 의대 진학 이유에 대해 "내 꿈은 법관이었는데 고3때 아버지가 의대 가라고 해서 그냥 의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 때 아버지의 말은 곧 법이었다.

"아버지에게 내가 문과이기 때문에 이과인 의대 시험을 칠 수 없다고 하니 '그건 니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시대요. 그런데 운이 좋았습니다. 예비고사 제도가 처음 생겨 여기에 합격만 하면 국어, 영어, 수학 등 3과목만으로 의대 시험을 칠 수 있게 된 겁니다. 모두 자신 있는 과목이었지요. 과거처럼 화학이나 물리 등을 쳤으면 지원조차 못했을 터인데.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께서 판단을 아주 잘 하신 것 같습니다."

그는 꼭 바라는 것에 대해 "병원에 첨단 장비인 PET CT가 꼭 필요하다. 30억 원 정도 들어가는데 독지가가 나서서 도와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민간병원과 경쟁을 해서는 안되지만 서민도 이 장비로 검사를 해야 한다. 차입을 해서라도 이 장비를 꼭 넣고 싶다"고 강력한 소망을 밝혔다. 그에게는 지금도 '환자 중심 병원'이 생활의 전부인 것이다.

대구시교육감으로 거론된 것에 대해서는 "저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언론에 보도가 되더라고요. 병원경영 성과로 봐 대구 교육까지도 개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여러 기자들에게 전화가 왔는데 단호하게 전혀 출마의사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젠 그걸 묻는 전화는 오지 않습니다."

▶약력

-경북대 의대, 대학원 졸업

-경북대 의대 교수 역임

-경북대병원 해부병리과장 역임

-청효정내과 해부병리과의원장 역임

-미국 UCLA 의대 연구원 역임

-제 6·7·8대 대구의료원장 역임(9대 재임 중)

-2000년 신지식인 선정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회장 역임

-전국 지방의료원연합회장 재임 중

-주한 스웨덴 명예영사 재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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