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위덕대 학생생활상담실장·심리학 박사)

우리 둘째 딸은 첫째 아이 옷을 물려받아 입는다. 그래서 가끔 소매가 지저분한 옷도 있고 가끔씩 해진 부분이 있기도 하다. 나는 이 옷이 너무 낡았으니 입지말자고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작은 녀석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아이들 옷값이 비싸기도 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싶지 않아 보기에 괜찮다 싶으면 그냥 입게 한다. 그래도 아이들 옷도 유행이 있는지라 너무 유행을 타는 첫째 아이 옷은 입히기 어렵고 취향이 다르기도 해서 필요한 옷을 사러 나가보면 새 옷도 해진 옷들이 많다

청바지 무릎, 엉덩이, 티셔츠의 목둘레가 그렇다. 빈티지가 유행이라서 얼마나 좋은지... 그래서 그런지 우리 둘째 아이가 해진 옷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짜 빈티지 덕에 진짜 빈티지가 대접을 받고 있다.

둘째 아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

큰아이 옷을 사러 가면 작은아이가 "나도... 나도..."하며 얼굴이 빨개지고 옷가게가 떠나갈듯 큰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곤 했다. 작은 체구에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내가 당황해서 옷가게를 나온 적도 있고 백화점 화장실로 아이를 데리고 간 적도 있는데 그런 일이 계속되면 안 되겠다 싶어 특단의 조치를 취했었다. 특단의 조치란 아이가 떼를 쓸 때 심리학의 행동수정원리를 적용시키는 것이다.

첫째, 평소에 가능하면 아이의 '힘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자신이 무력하게 명령에 따르거나 통제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며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안되는 게 아니면 아이 애 먹이지 말고 처음부터 요구를 들어 주는 것이 좋다.

둘째, 정말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때는 "안 돼"라고 한 말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말을 바꿔서 아이를 헷갈리게 하면 다음 번에 아이가 더 심하게 떼 쓸 것을 각오해야 한다. 부모님이 장난감을 안 사준다고 했는데 아이가 한 10분 큰 소리로 떼를 쓰며 울었더니 부모님이 사 주셨다면 다음 번에는 15분 20분을 울게 될지도 모른다.

셋째, 심하게 떼를 써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너무 눈치가 보일 때는 아이를 안고 그 자리를 벗어나서 아이가 진정되기를 기다려 준다. 나는 데리고 나와 차 안에서 기다리든지, 쇼핑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든지,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넷째, 아이의 마음이 가라앉으면 떼쓰기 행동이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아듣도록 가르쳐주고 떼쓰기를 통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아이가 깨닫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다음부터는 쇼핑 할 때는 미리 목록을 정해 놓고(아이 쇼핑목록만이라도) 계획에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다고 말해 준다. 다음 쇼핑 때 목록 외의 물건은 사겠다고 떼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여섯째, 약속을 했지만 아이가 잊어버릴 수 있으므로 쇼핑하러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번 약속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는지,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확인한다. "지금부터 엄마, 아빠하고 쇼핑하러 갈 건데 전에 엄마랑 한 약속 기억하고 있니? 약속 지킬 수 있겠지"정도로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매우 커진다.

일곱째, 아이가 약속을 잘 지켰을 때는 충분히 칭찬해주고 그 날 저녁에 좋아하는 메뉴로 보상을 주는 것도 좋다. "우리 똘똘이가 마트 가서 장난감 사겠다고 떼도 안 쓰고 약속을 잘 지켜줬네. 엄마는 똘똘이가 약속을 잘 지켜줘서 힘들지 않고 즐거웠어" 정도로 충분하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는 사이 둘째 딸의 떼쓰기는 사라지고 물려받은 옷으로도 자기에게 어울리게 이리저리 코디해 낸다. 그런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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