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18일 두산그룹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용만 두산그룹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중이다.

박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검찰에 출두하면서 관련 혐의를 시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기 위해 왔다. 검찰 수사에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그룹 경영 실무의 총지휘자격인 박 부회장을 상대로 두산산업개발, 동현엔지니어링, 넵스, 세계물류 등 두산 계열사 및 관계회사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와 조성한 비자금을 받아 총수 일가의 사금고 형태로 사용한 의혹을 집중 조사중이다.

검찰은 또 박 부회장이 1995~2001년 사이 이뤄진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의 2천8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했는지, 두산산업개발에 총수 일가의 은행이자 138억원을 대납토록 지시했는지 등도 추궁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1995~2001년 그룹 기획조정실장-전략기획본부 사장을 역임한 뒤 2001년부터 올 초까지 ㈜두산 총괄사장을 역임하는 등 1990년대 중반 이후 그룹경영의 실무를 사실상 총괄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전략기획본부가 어느 정도 중요사항에 대해서는 맡아 처리하니까 전략기획본부 사장을 맡았던 박 부회장을 상대로 진정 및 고발된 내용 전반에 대해 물어볼 것이다. 일단 오늘 조사 후 귀가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부회장에 이어 박용성 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 등 비리에 관여한 정도에 따라 두 사람 중 한 명 또는 두 사람 모두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검찰은 애초 20일께 박용성 회장을 불러 조사한 뒤 총수 일가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김종빈 검찰총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인해 박 회장 소환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총장 유고(有故) 상태이기 때문에 박회장 조사일정을 어떻게 잡을지 검토하고 있다. 새 총장이 내정만 되면 내정자에게 (박회장 소환 및 사법처리 수위 등을) 보고할 수 있다"고 말해 박 회장 소환 및 총수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를 신임 총장 내정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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