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잃은 노인에 '희망 에너지' 전파한다
자신감 잃은 노인에 '희망 에너지' 전파한다
  • 이심철기자
  • 승인 2010년 05월 17일 00시 15분
  • 지면게재일 2010년 05월 17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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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희 대구시니어클럽협회장박원희 대구시니어클럽협회장.
박원희 대구시니어클럽협회장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에서 '시니어클럽'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시니어(Senior)'의 사전적 의미는 연장자, 높은지위, 고급실력자다. 하지만 현재 와닿는 느낌은 '노인'이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이 되면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그 때가 되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노인인구가 많은 나라가 된다.

노인인구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에서 이들에 대한 노후를 책임지는 '노인복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부담은 결국 일반 가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가정은 경제적부담 뿐 아니라 어른을 모시는 것까지 신경써야 한다.

지난 2005년 운경재단노래자랑대회에서 중구시니어클럽이 대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했다. (뒷줄 오른쪽 두번 째가 박원희 회장)

박원희(47) 대구시니어클럽협회장은 '시니어클럽'의 활성화가 이 모든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회장은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은 경제활동의 목적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을 통한 심신의 건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버림받거나 외로운 노인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하루종일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결국 극단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회생활을 또다시 하게 된다. 경제적인 소득도 얻을 수 있다. 긍정적, 활동적인 모습은 건강으로 이어진다. 박 회장은 "10년전만 하더라도 퇴직 후 노인들은 이제 '나는 곧 죽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소극적으로 움직였다. 지금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실제로 퇴직후에도 왕성한 활동력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아직 우리나라는 이들을 위한 기반을 닦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2001년부터 전국적으로 '시니어클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시니어클럽'은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곳이다. 자세히 말하면 '일거리'를 찾아 연결해주는 역할이다. 물론 일자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박 회장은 2001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대구 중구 시니어클럽에 관장으로 취임하면서 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앞서 아동학대 상담기관에서 일을 하다 몸과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

"아동학대를 받는 아이들과 자주 만났다. 상담을 하다 내가 그 상황에 몰입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우울증까지 왔다. 그 때는 나를 잃어버렸던 것 같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니어클럽의 관장 취임과 함께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여고시절 리더십을 발휘하는 학교활동은 물론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운영위원을 하거나 동아리나 모임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자신의 모습을 다시 갖게됐다.

전국에서 처음 시범사업으로 실시하던 '시니어클럽'을 맡게된 것도 그런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런 그의 노력에 시범사업으로 그칠 수 있었던 이 사업이 이제 내년이면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박 회장은 이 일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활발한 자신의 성격과 맞아 떨어진다고 했다.

이 일을 하면서 얻은 별명은 '캔디'다.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캔디의 모습이 시니어클럽을 찾는 노인들에게 언제나 웃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박 회장과 똑같아 보였다면서 이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08년 '노인의 날'에 국무총리상을 받을 만큼 바쁘게 움직였다. 그의 왕성한 에너지는 클럽을 찾는 이들에게까지 전파됐다. 부끄러운 듯 클럽의 문을 열던 노인들은 당당히 웃으면서 들어온다. 무슨 일이든 먼저하려고 하고, 즐겁게 참여하려고 한다.

그는 "이 일은 스스로 하려고 하는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나이가 많다고 일자리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안하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며 "시니어클럽은 최소한의 일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 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금부터가 '시니어클럽'이 자리잡을 수 있는 본격적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한국전쟁이후 베이비 붐(1955~1964년)세대들이 앞으로 2~3년 후면 직업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는다. 일정한 소득이 생겨난다. 여기에 일자리를 통해 얻어지는 소득까지 더해지면 경제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니어클럽 프로그램은 아직 시대흐름을 따라가기에 조금은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전국의 시니어클럽은 노인복지법 안의 보호시설로 분류돼 있지 않다. 요양병원이나 복지관과 다르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며 "아직은 퇴직한 노인들이 사회에 바로나가서 활동하기에는 선입견이 주위에 깔려 있다. 시니어클럽의 활성화는 결국 노인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안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을 위해 지하철 역사나 시내 중심가에서 '김밥'을 만들어 파는 일이다.

이미 충분한 시장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 메뉴나 포장방법 등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시니어클럽의 일을 하면서 대구산업정보대학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물론 수 십개의 단체나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는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밟아 노인복지정책 쪽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정신 없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그는 언제나 웃는다. '지금처럼 즐거운 때'가 없다고 한다. 평범한 '40대 아줌마'. 흔히 볼 수 있는 소형자동차지만 그는 지치지 않는 수백 마력의 엔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엔진의 동력은 '활발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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