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사회팀장)

지난 토요일(29일) 저녁 포항시내 한 선술집.

음악소리와 자리를 가득 메운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6·2 지방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귀를 스쳤다.

다름아닌 술집 구석에 자리한 40대로 짐작되는 남성 4명의 선거 이야기가 유독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이들의 대화는 단순한 정치 수다를 넘어 정치적 독설에 가까웠다.

이들은 하나 같이 '반드시 투표해 납득이 가지 않는 공천을 받은 한나라당 특정 후보자에게 고배의 쓴 잔을 마시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자질이 부족한 후보자의 당선을 막고, 한나라당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계획'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질타와 비판을 서슴지 않으며 한나라당 심판론에 열을 올렸다.

이 같은 발언들은 한낱 취객들의 허세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6·2 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탈 한나라당' 기류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인 것 같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지역 국회의원과 한나라당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공천잡음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상대 후보자나 야당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는 강경한 태도의 유권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70%를 오르내릴 정도의 '텃밭'이라 말 그대로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TK(대구·경북)지역, 그 중에서도 대통령 고향 도시 포항의 유권자들이 골수 한나라당 대열에서 이탈해 반대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이 같은 탈 한나라당 기류가 절대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며 이들이 언젠가는 강자를 이겨주기를 바라는 속칭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당선을 기정사실화 한 채 투표율과 득표율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후보자들에게 분명 직·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이며, 상대 후보나 야당에게는 최대 호재인 것이다.

보리를 많이 심는 지방과 '학문을 잘 하는 동쪽사람(文東人)'이 결합한 '보리문동인'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경상도 사람을 일컫는 '보리문둥이'.

환경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격변을 겪지 않으며 보수 안정 성향을 가진 보리문둥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한나라당에 대한 맹신적인 충성도가 무너지면서 이번 6·2지방선거가 지역민의 진정한 정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탈 한나라당 기류가 언더독 효과로 이어지며 이변이 연출될지, 찻잔 속에 태풍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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