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목(사회부기자)

대한민국 국민들의 함성으로 새로운 아침을 연 23일. 국민들은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지난 2002년 열린 한·일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4강 신화를 이루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개최지 프리미엄'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조별 예선 탈락하자 '역시'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달랐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쾌거를 이룸으로써 그동안의 불신을 깨끗이 씻었다.

시민들은 세계의 높은 벽을 당당하게 넘은 대표팀의 선전을 지켜보며 가슴 뭉클한 그 무언가를 느꼈다.

새벽에 열린 경기 탓에 야외응원의 열기는 다소 줄었으나, 전국 각지에서 대표팀의 승리를 함께 만끽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가슴 벅찬 마음에 새우잠을 생략하고 충혈된 눈으로 회사로 출근했다.

회사는 물론 일터마다 한편의 드라마같은 대표팀 승리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지각한 직장인들도 더러 있었지만 이들을 비난하기는 커녕 서로 업무를 챙겨주며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원 김진아 씨(29·여)는 "대학시절 느꼈던 2002 월드컵과 다른 감동을 느꼈다"며 "대표팀 선전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새로운 힘을 줬다"고 기뻐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표팀이 보여준 톱니바퀴와 같은 조직력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우리 대표팀을 경기를 보며 조직력, 협동심만 갖춘다면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전국이 축제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원정 16강 감동이 고문(?)인 사람들도 있다.

고3 수험생들은 물론 각종 자격시험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은 대표팀 선전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실정.

수험생들과 함께 교사들도 학생들의 들뜬 마음을 다 잡고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시기를 잘못 만난 제자들에게 안쓰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3학년 담임 A교사(42)는 "시험은 잠시 잊고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딱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직장을 그만두고 공인노무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모씨(32)도 요즘 월드컵 분위기 같아서는 계속 직장을 다녔으면 하는 심정이다.

1차 시험에 합격한 이씨는 한달 앞으로 다가온 2차 시험 때문에 24시간도 부족, TV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사람들을 만나면 대표팀 때문인지 희망이 넘쳤다"며 "대표팀처럼 꼭 목표를 달성해 4년뒤 대표팀의 또다른 신화를 현장에서 목격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불편보다는 대표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길 기원하고 있다. 16강을 넘어 8강으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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