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위덕대학교 교양학부·발달상담전공·심리학 박사)

큰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유있는 반항에서 이유없는 반항'까지 모든 반항을 두루 섭렵했다. 큰 아이와 10분 정도만 대화를 나누면 혈압이 서서히 상승하고, 얘기가 20분, 30분 길어지다가 급기야는 내가 지쳐 나가떨어질 판국이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큰 아이가 쓰는 기술은 다양해서 일일이 언급할 수 없지만 예를 들면 '치고 빠지기' 가 있다. 잘못된 언행에 대해 지적하면 말대꾸를 하며 '왜 그런데?' '왜 그렇게 해야 되는데?'하며 하나하나 따지듯 묻고, 내가 화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 '엄마, 그만하자, 나 학원 가야돼'하며 휙 방을 나간다. 엄마가 시작한 얘기를 마음대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럴 때 불러 세워 야단을 쳐 봐야 아무 소용이 없고, 순순히 보내줘도 엄마의 권위가 안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란'의 위기상황(?)인 것이다.

큰 아이와의 관계가 편해진 것은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초등학교 때처럼 해서는 안 되겠다', '내가 변화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나를 바꾸고 부터이다. 딸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했고, 눈에 안 차는 딸의 행동을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학원갔다 오면서 동생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사 주는 작은 선행'에 대해 '동생챙기는 마음이 보인다'며 인정해 주기 시작해 한 달이 안 돼서 엄마에 대한 반항이 수그러들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E. Seligman)은 어느 날 집 정원의 잔디를 깎고 있었는데 시간에 쫓기며 초조하게 잔디깎기에 집착하고 있을 때였다.

셀리그먼의 5살된 딸은 깎아놓은 잔디를 하늘로 던지면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이를 참지못한 셀리그먼은 짜증이 밀려와서 냅다 소리를 지르며 딸의 행동을 말렸다. 그러자 딸은 집으로 걸어가다가 돌아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빠 할 말이 있어요. 3살부터 5살이 되기 전까지 난 울보였어요. 나는 매일 징징거리고 울곤 했죠. 하니만 다섯 살이 되면서 나는 더 이상 징징거리며 울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그건 내가 이제껏 한 일 중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었어요. 하지만 나는 해냈어요. 나는 징징거리는 것을 그만둘 수 있었으니까, 아빠도 짜증부리는 것을 그만둘 수 있을 거예요" 그 순간 셀리그먼은 충격을 받으면서 통찰이 왔다.

자녀양육에서 중요한 것은 징징거리며 두는 부정적인 행동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일은 딸아이 스스로 그 일을 해냈다. 오히려 자녀양육에서 중요한 것은 자녀가 지니고 있는 장점을 찾아서 키워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을 자녀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미래에 겪게 될 역경을 잘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그 후로 셀리그먼은 인간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긍정심리학'에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타고난 적응능력과 학습한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활용하면서 효율적으로 잘 살아가는 특징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역경에도 불구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행복한 삶의 조건을 세 가지 측면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즐거운 삶이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적극적 경험과 몰입을 통해 유쾌함과 즐거움을 경험하며, 미래의 삶에 대해서는 도전의식과 낙관적 기대를 통해서 희망과 기대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다.

둘째, 적극적인 삶이다. 자신의 성격적 강점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자기실현을 이루어나가는 삶이다. 이를 대표 강점이라고 하는데 대표강점을 찾아내고 계발하여 일, 사랑, 자녀양육, 여가활동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의미있는 삶이다.

우리의 삶과 행위로부터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고 부여할 수 있는 삶을 말하는데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보다는 자신보다 더 커다란 어떤 것을 위하여 공헌하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의미있는 삶은 가족, 직장, 지역사회, 국가 또는 신을 위해 봉사하고 공헌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즉 즐거운 기분을 느끼면서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며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이 이런 행복을 찾을 수 있게 자원을 물려줘야 하는데 엄마가 행복한 생활을 하면서 자녀의 대표강점을 지원해주는 일을 먼저 시작해보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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