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짭짤'..국가 이미지 개선 등 무형 과실 '풍성'
블래터 "흡족하다" 만족..대회 후 빈민층 불만 표출 우려도

11일(현지시간) 막을 내리는 201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는 개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풍성한 유ㆍ무형의 과실을 안겨다 줬다.

역대 어느 대회와 비교해서도 모자람이 없는 성공적인 대회라는 찬사 속에 남아공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자긍심이 한껏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남아공이 과연 아프리카 최초의 월드컵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은 사그라든 상황이다.

특히 월드컵의 성공이 가져다줄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 더해 `범죄 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낼 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값을 매길 수 없는 성과물이다.

이 때문에 이번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는 개최국인 남아공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월드컵 이후 남아공 내부에 잠복해 있는 흑인 빈민층의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이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대회 운영 합격점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지난 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장으로서 흡족하다"고 대회 운영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선 전체 64경기 가운데 지난 7일 준결승전으로 진행된 스페인과 독일 간 62경기를 기점으로 관중수가 300만명을 돌파했고, 3ㆍ4위전, 결승전 관중까지 포함할 경우 총 관중이 32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대회(359만명),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회(336만명)에 이은 역대 월드컵 사상 세번째 기록이다. 또 남아공과 세계 각지에 설치된 팬 파크 입장객 수도 500만명을 넘어섰다.

가장 우려했던 외국인의 범죄 피해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남아공 정부가 이번 월드컵에 대비, 경찰 4만여명을 증원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 결과다.

다만 숙박의 경우 월드컵 특수를 이용, 평상시의 2∼3배가 넘는 가격을 매기는 `바가지 상혼'이 극성을 부리면서 관광객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또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외국인들이 이동에 불편을 겪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경제효과 `짭짤'

남아공 정부는 이번 월드컵 개최에 필요한 경기장, 도로, 통신 등 인프라 확충에만 330억랜드(한화 5조2천800억원)를 투입했다.

내부적으로 과다 투자라는 비난 여론이 높았으나 나라 안팎의 월드컵 열기가 고조된 데 힘입어 최소한 투자비 이상의 경제 효과를 거뒀다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최근 현지 투자회사 주최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충분한 투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은 이번 월드컵이 금년에 남아공에 가져다줄 경제효과가 380억랜드에 달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을 0.5% 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 내무부에 따르면 6월 한달간 외국인 방문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20만명) 증가했다. 또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비자카드는 이 기간 남아공을 방문한 외국인의 자사 카드 결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65%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월드컵 관광객 45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남아공 정부의 당초 목표치에는 미달하지만 월드컵 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월드컵 특수를 한껏 누린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 남아공 사무소는 이번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 요인 등을 반영, 남아공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3.2%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4월 IMF 전망치 2.6%에 비해 0.6% 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그랜트 손튼은 이번 월드컵이 남아공에 가져다 줄 경제효과가 930억랜드(약 14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남아공에 대한 해외 투자가 늘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또 FIFA에도 32억달러의 수익을 안겼다.

◇무형의 과실도 `풍성'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남아공이 거둔 최대의 성과는 `범죄 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낼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남아공 경찰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월드컵 관련 범죄로 체포된 내ㆍ외국인은 총 316명으로, 대부분이 절도와 같은 경미한 사건에 그쳤다.

한국 응원단과 취재진의 경우 강도 3건, 절도 13건 등 모두 16건의 범죄 피해를 입었지만 우려했던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남아공에 가면 위험하다"라는 세계인의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향후 관광객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또 남아공의 전통 응원도구인 부부젤라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부각되면서 아프리카의 열정적인 문화를 세계에 전파한 점도 무형의 성과물로 꼽힌다.

특히 부부젤라는 과도한 소음에도 불구, 영국에서만 4만개가 팔리는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남아공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일조했다.

◇남겨진 과제..빈민층 불만 해소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이지만 흑-백, 흑-흑 간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이 5천800달러에 달하지만 빈곤선 이하 인구가 40%가 넘고 공식 실업률도 25%에 이른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전국 흑인집단 거주지역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은 바 있고, 케이프타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흑인 빈민촌에 대한 강제 퇴거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월드컵으로 인해 억눌려 있던 빈민층의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월드컵이 끝나면 짐바브웨 등 주변국에서 이주해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폭력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부 외국인이 귀국길에 오르는 등 불안 요소가 잠복해 있다.

남아공 정부로서는 이번 월드컵이 가져올 상승 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라도 빈곤층의 불만을 먼저 해소해야 할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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