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독일 축구대표팀의 베테랑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32.바이에른 뮌헨)가 고별 무대인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아쉬움을 남긴 채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클로제는 11일(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3-4위 결정전 때 선발 출장자 명단에서 빠졌고 교체 선수로도 뛰지 못한 채 결장했다.

허리 부상 여파로 벤치에서 조국의 3-2 승리와 함께 3위를 확정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것.

클로제가 결승전보다 골이 더 많이 터지는 3-4위전에 나섰더라면 새로운 세계축구 역사 쓰기에 도전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이번 대회에서 네 골을 사냥한 클로제는 통산 14골로 월드컵 개인통산 최다골기록(15골)을 보유한 호나우두(브라질)에 한 골 차로 접근한 상태였다.

한 골만 더 넣으면 독일의 `축구영웅' 게르트 뮐러(14골)를 넘어서는 건 물론 호나우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두 골을 추가한다면 16골로 호나우두를 제치고 개인통산 최다골 신기록을 작성할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은 허리가 좋지 않은 클로제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고 대신 우루과이와 3-4위전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는 카카우의 몫이었다.

클로제의 아쉬움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2002년 한·일 대회와 2006년 독일 대회에서 각각 5골을 터트린 클로제는 한 골을 추가했다면 3회 연속 다섯 골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하며 득점왕인 골든슈에도 도전해볼 만했다.

하지만 클로제는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해 네 골로 대회를 마감했고 이날 독일-우루과이 3-4위전에서 한 골씩을 추가한 후배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와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다.

뮐러와 포를란은 나란히 다섯 골로 결승전을 앞둔 다비드 비야(스페인),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네덜란드)와 득점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서며 득점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클로제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시상하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인 골든볼 후보 10명 명단에서 빠졌다. 같은 독일 대표팀의 메수트 외질(브레멘)과 바스티안 슈바인스타이거(바이에른 뮌헨)가 대신 골든볼 후보로 선정됐다.

클로제로선 은퇴 무대였던 남아공 월드컵에서 끝내 `무관의 제왕'으로 쓸쓸히 퇴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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