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현대 축구의 주인공으로 부활했다.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에 0-1으로 아쉽게 져 월드컵 첫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전통의 강호가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토털축구의 원조인 네덜란드는 화려한 공격력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고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도 이런 특색을 전통을 계승하듯 유지해왔다.

네덜란드는 누구에게나 껄끄러운 팀이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1974년과 1978년 월드컵에서 결승에 오른 뒤 토너먼트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화려한 네덜란드식 축구는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이뤄 조직력이 탄탄한 팀에는 당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 네덜란드 감독은 대표팀을 화려한 공격을 지향하는 축구에서 기동력을 이용한 빠른 역습과 끈끈한 수비 조직력으로 승점 3을 따내는 축구로 변화시켰다.

'내용이 좋아야 좋은 축구'라는 강박관념을 벗어던지고 '이기는 것인 좋은 축구'이자 현대 축구라는 실리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이 같은 성향의 변화가 악착 같은 승리욕을 불러 결국 네덜란드를 결승전까지 끌어 올렸다.

화려한 공격과 다득점에 대한 몽환을 버리고 이기는 것이 지상과제라는 네덜란드의 새 비전은 본선 6연승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덴마크를 2-0으로 이겼을 뿐 일본(1-0), 카메룬(2-1), 슬로바키아(2-1), 브라질( 2-1), 우루과이(3-2) 등과 경기에서는 모든 1점차로 이겼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8전 전승을 거둔 실리 전법을 본선에서도 살려 상대에 맞는 공수 균형을 잡아내면서 '이기는 축구'를 구사했다.

12일(한국시간) 결승전에서도 네덜란드는 스페인 미드필더진의 강력한 조직력에 좀체 빈틈을 내주지 않는 끈기를 보였다.

네덜란드의 '실리축구' 앞에 최강 스페인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이 터진 연장 후반 11분까지 116분 동안 쩔쩔 맸다.

네덜란드가 남아공월드컵에서 건진 최고의 성과는 토너먼트의 강자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나아가 스페인과 함께 어떤 특색을 지닌 팀을 만나더라도 안정적으로 승리를 내다볼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현대축구의 주인공이 됐다는 평가도 받게 됐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결승전에서 석패한 뒤 "좋은 내용의 축구가 아니라도 이기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네덜란드의 2010년판 비전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페인은 최근 2년간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 이긴 것"이라며 "하지만 기술적으로 우리도 스페인과 좋은 경기를 했다"며 최고 무대에서 주연의 입지를 다졌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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