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인수ㆍ합병(M&A) 바람이 뜨거워지고 있다.

애플이 모바일 광고회사를 인수하고 검색엔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구글은 검색과 광고라는 핵심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요사업인 운영체제(OS)와 오피스 영역 외에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IT업계 거인들의 영역파괴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빅3, M&A로 영역 확대 = 15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실리콘밸리 지역의 M&A 건수는 255건, 게약금액은 171억달러에 달하면서 전년 대비 건수는 33%, 규모는 32% 증가했다.

과거 협력 관계를 맺어왔던 글로벌 IT 기업들이 영역을 넘나들며 M&A에 나서면서 산업 경쟁 구도가 뒤바뀌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에 대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M&A를 통한 '규모의 전쟁'(Stack War)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M&A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격돌한 애플과 구글이다.

지난해 총 6개의 M&A를 성공시킨 구글은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7개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M&A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글은 모바일광고회사인 애드몹을 7억5천만달러에, 소셜검색업체인 아드바크(Aadvark)를 5천만달러에 인수하면서 모바일과 검색이라는 핵심사업을 강화했고 사진 편집 분야의 피크닉(Picnik) 인수를 통해 기존 피카사와 함께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크롬 브라우저를 확장한 크롬 OS의 인터페이스를 강화하기 위해 3차원 데스트톱 개발업체인 범프톱(BumpTop)을 인수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의 여행정보 서비스 기술 회사인 ITA 소프트웨어를 7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밝혀 M&A 시장에서의 구글의 전방위적인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한 때 구글과 협력 관계에 있던 애플도 모바일 칩과 애플리케이션, 광고 등 타 영역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

구글에 애드몹을 뺏긴 애플은 쿼트로 와이어리스(Quattro Wireless)를 2억7천만달러에 인수, 아이애드(iAd)라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의 경쟁을 예고했다.

지난 2008년 프로세서업체인 P.A.Semi를 인수했던 애플은 올해 4월에도 칩 제조사인 인트리시티(Intrisity)를 인수, 아이폰 및 아이패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용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애드몹 인수에 대응하기 위해 쿼트로를 인수한 애플이 구글이 인수한 칩 제조사인 Agulinux에 대응하기 위해 또다시 인트리시티를 인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아울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업체인 시리(Siri) 인수를 통해 음성인식, 웹 검색기술을 강화할 수 있게 되면서 자체 검색엔진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등 구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모바일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MS도 OS와 오피스라는 주요 사업 부문 외에 위치기반서비스(LB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으로 사업기회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8년 기업용 검색엔진 개발업체인 패스트서치(FastSearch)를 7천500만달러에 인수한 MS는 지난해 6월 윈도 라이브서치와 결합한 새로운 검색엔진 빙(Bing)을 내놓으면서 구글의 아성인 검색엔진 분야에 도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컴스코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검색엔진 구글에 도전장을 내민 MS의 빙은 출범 초기 미국 검색 시장에서 8.4%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4월에는 11.4%로 3%포인트가량 상승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MS는 또 구글이 크롬, 구글 앱스, 안드로이드 등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사무용 소프트웨어(SW), 모바일 OS, 웹 브라우저 등 MS의 주요 사업군에 침범하자 주요 SW 기업인 인터랙티브 슈퍼컴퓨팅(Interactive Supercomputing), Opalis SW 등을 인수하면서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빅3 경쟁은 플랫폼에서 판가름날 것" = 구글, 애플, MS를 비롯한 IT 업계 거인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것은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업은 막강한 현금성 자산을 무기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IT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M&A와 관련해 가장 큰 특징은 이들 기업들이 토털 서비스를 지향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은 디바이스와 솔루션, 서버와 휴대전화, OS와 애플리케이션 등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수직계열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경쟁적인 M&A를 통해 상대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M&A를 통한 영역파괴 바람이 불면서 이들 IT업계 거인들의 경쟁은 결국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PC 시절에는 MS가 윈도라는 플랫폼을 통해 세계를 장악했지만 PC와는 다른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가 도입되면서 이들 기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차지하는 자가 승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플랫폼은 단순히 단말기를 제어하는 데서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해 가치 사슬의 핵심이 된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의 플랫폼을 차지하면 하드웨어 장악에서 나아가 소비자와 개발자를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결국 PC와 스마트폰, TV라는 3스크린의 플랫폼에서 누가 경쟁력을 가지느냐에 따라 이들 기업 간 경쟁의 승패가 좌우되며 이를 위해 애플과 구글, MS는 다양한 기업을 인수해 플랫폼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각종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이에 최적화된 디바이스 제조에도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LG경제연구원은 '플랫폼 천하평정을 위한 구글-애플-MS의 야망'이란 보고서에서 "플랫폼이 결국 가치사슬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플랫폼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며서 "현재로서는 구글과 애플, MS의 세 사업자가 가장 두각을 나타나고 있지만 서로 간 전략적 차이가 크고 강점과 약점이 달라 특정 사업자로의 쏠림으로는 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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