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위덕대학교 교양학부·발달상담전공·심리학 박사)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매일 매일 대화법에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며 산다. 똑같은 내용의 말을 하는데도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과 기분은 천지차이다. 좋은 대화를 하고 나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들고 마음이 편해지고 훈훈해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말을 너무 아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말하는 방법이 좋지 못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좋은 대인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좋은 대화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녀를 키울 때도 좋은 대화법은 가뭄에 바짝 바른 대지에 내리는 단비처럼 아이의 마음에 스며들어간다. 나는 자녀를 행복한 성격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녀의 모습에 대한 진정한 수용', '존중이 들어 있는 제한과 양육', '제한을 주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있어서의 자녀 삶에 대한 주도권 주기'의 세 가지를 유념하자고 자주 말해왔다.

'자녀의 모습에 대한 진정한 수용'을 하는 대화법은 평소 사용하는 말의 어미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먼저 "~해라!"를 "~했구나!"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자녀에게 쓰는 말을 잘 살펴보면, "공부해라", "네 방 정리해라", "학교 마치면 바로 집으로 와라", "학원가라", "컴퓨터 그만해라" 등 "~해라"라는 명령과 요청의 말로 무성하다. '애 얼굴만 보면 이것저것 지적할 일이 많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부모님의 항변에는 손뼉이라도 치고 싶을 만큼 공감한다.

그러나 '해라'어미의 효과는 아이의 성장과 함께 반비례하고, 부작용을 낳는다.

이를 알면서도 다른 방법이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는 부모님은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밑지지 않고 남을테니 어미에 "~했구나"를 붙여 사용해 보시길 권하고 싶다.

예를 들면 "공부 좀 해라"라고 말하고 싶지만 "친구랑 놀다 왔구나, 즐거웠겠구나"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다. 또는 "컴퓨터 그만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랑 친한 친구들하고 채팅하고 있구나. 친구랑 얘기하니 재밌겠구나"라고 말해준다.

물론 "즐겁겠구나, 재미있겠구나"라고 하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어미를 사용하라는 의미로 "재밌겠네"하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들고 마음이 편해지고 훈훈해지는 대화가 오고 갈 때 마지막에 엄마가 하고 싶은 요구를 한마디로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뭐니뭐니해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상대와의 대화만큼 우리를 힘나게 하고 위로가 되는 것은 없다. 우리 자녀도 누군가 내 마음을 좀 알아주고 나를 인정해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부모님을 대화에 청하고 또 대화에 응하고 있을 것이다.

자녀와 대화를 하고 나서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이 계속된다면 부모 자신의 대화법을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이 자녀의 '마음 읽어주기'이다. "~했구나"하면서 '마음읽어주기'를 사용해 보면 알 수 있다. 정말 '아'다르고 '어'다른지.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