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사회부차장)

포항 스틸러스(이하 포항)의 사장 보좌역을 놓고 지역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포항 사장 보좌역은 '대우조건은 좋고 책임이 없는' 포항에서 몇 안 되는 노른자위다. 억대에 이르는 연봉에다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로워 '신(神)의 직장'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탐을 낼 만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스포츠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내심 보좌역을 노리며 물밑 로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좌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리에 맞는 전문성과 경험, 인적 네트워크 등을 갖춰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1년에 축구장 한 번 안가는 사람들이 욕심난다고 아무데나 입대면 추해진다.

포항이 보좌역을 둔 것은 얼마 전 일이다. 포스코에서 독립해 1995년 법인을 설립한 이후 포항은 최영만, 한명희 시의원이 단장으로 일했다. 당시에는 포스코에서 분리된 지 얼마 안 돼 포스코와 포항시, 포항시민들의 가교역할이 필요했다. 이에 시민 대표성을 띤 2명의 시의원이 단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김현식 사장이 부임한 지난 2007년부터 단장이 아닌 사업본부장으로 직함이 바뀌었다. 연봉도 동시에 절반으로 줄었다. 사실상 단장 자리가 사라지고, 사장 보좌역으로 역할이 변했다. 그냥 부르기 좋게 단장으로 불렀을 뿐이다.

현 김태만 사장은 올 초 포스코 출신 최헌태 씨를 단장으로 임명했다. 포스코에서 매년 1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는 포항의 처지로 볼 때 단장을 포스코 출신이 맡는 것은 자연스럽다. 따라서 구단 내부 업무를 총괄하는 단장을 보완하고, 사장을 보좌하는 자리가 남았다. 바로 사장 보좌역이다.

사장 보좌역이 필요한 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역할을 부여하는 위원회나 자문단을 구성할 지는 전적으로 포항이 판단할 문제다. 대외 협력 업무를 보면서, 사장을 보좌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 적임자를 찾는 일도 분명 포항이 결정해야할 사안이다.

그러나 항간에선 김태만 사장이 박승호 시장에게 보좌역 추천을 의뢰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포항이 어떤 요청도 박 시장에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시장도 포항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해줬다.

그런데 왜 사장 보좌역에 난데 없이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입방아에 오르는 이유는 뭘까. 보좌역에 욕심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로 당선된 일부 시의원들이 의정활동보다는 사장 보좌역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어 문제다. 이는 시의원이 단장직을 맡아온 관례를 잘못 이해한 탓이기도 하다. 시의원은 엄밀히 말하면 자격미달이다. 시의원 유급제가 된 상황에서 두둑한 과외수입을 잡으려는 심보도 덜 건강하다. 또한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이 일개 회사 사장의 보좌역, 까놓고 말해서 비서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의회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행위다.

격(格)에 맞지 않은 자리에 기를 쓰고 가려는 이유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싸늘한 시선이 꽂히고 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