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포항대학 교수 박유식 박사 늘 새로운 배움에 도전

78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전 포항대학 교수 박유식 박사.

40년간을 포항대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12년 전에 정년퇴임한 박유식(78) 박사는 아직도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의 전공은 식품생화학이다. 어려운 생화학을 식품과 결부해서 54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포항대학 재직 시, 임기가 2년인 교무처장을 7년이나 하면서 학교발전을 위한 많은 일을 했다. 수산청에서 선박을 교체할 때, 그것을 인수해 학생들의 실습용 대형선박을 마련했고, 한 시(市)에 하나 밖에 못한다는 보육사양성학과를 유치해 오늘날 주·야간 6천명이나 되는 학교로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그는 1975년도에 이미 컴퓨터를 배워 학교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사용했다.

그는 우리 식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젓갈의 평가기준을 바꾸기도 했다. 식품심의위원회에 건의해 전질소 한 가지 만으로 평가하던 것을 여러 가지 성분검사를 하게 해 소금물에 조미료만 넣어도 젓갈이 되는 것을 방지했다. 또한 그는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많은 저서와 논문, 수상경력이 있으며 1998년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기도 했다. 요즘도 월 2회 정도 초청강연을 하며 새로운 공부도 하고, 여러 식품관련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영암학원 재단이사직도 맡고 있다.

-식품생화학을 사람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우리 식품 중에 소금을 제외한 모든 식품은 생체에서 나옵니다. 동물성이거나 식물성이거나. 그 생물체에서 식품이 형성될 때 어떤 과정을 거쳐 음식이 만들어지느냐는 것, 그것이 음식이 되기 전에 성분분석을 하고 그 성분들이 물리적(열·전기)·화학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지요. 음식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영양학 소관입니다."

-박사학위 논문 내용은.

"자연산 넙치와 양식넙치의 60여가지의 성분 분석을 해 논문을 썼지요. 한국식품연구소에서 분석했데 당시 넙치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서 상하지 않게 가져가는 일이 꽤나 힘들었습니다."

-강연도 다니는데 그 대상과 내용을 소개한다면.

"주로 우리같은 시니어가 대상이지요. 그동안 내가 연구했던 것 중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얘기합니다. 주로 식생활에 관한 문제들, 소식하는 것이 좋다, 섬유질 많이 섭취하라, 설탕 많이 먹지 마라 등이죠."

-강연을 않을때는 어떻게 지내나.

"매월 4권 정도 책을 읽습니다. 신문은 경북일보와 전국지 중 하나를 구독하고 있으며 학회에도 참석합니다. 며칠 전에 위덕대 평생연구원 강좌에 관상학을 등록했습니다. 철학이나 역사책 등 전공 분야 외의 공부를 해 내 이름 그대로 좀 더 '유식'해지려고 합니다. 사실 박사라는 사람들은 한 분야만 파고들어 무식해지기 쉽거든요."

-오랫동안 강단에 섰는데 특별히 기억남는 일은.

"40년 세월인데 많지요. 유신 시절에 동아일보가 광고탄압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 직전에 우리 학교에서 광고접수를 했는데 딱 한번 나오고 그 일이 터졌어요. 그게 4회쯤 계약이 된 것일 텐데, 총장하고 의논해서 해약하지 않고 그냥 뒀는데 얼마 있다가 백지신문 한 가운데 우리 학교 광고만 떡 자리잡고 나온 것입니다. 그 광고 효과가 얼마나 컸던지 다음해에 학생들이 정말 많이 왔어요. 그것이 학교발전에 큰 도움이 됐지요."

-시니어들에게 식품 한 가지를 추천하신다면.

"내가 잘 먹는 것인데…. 한천으로 만든 묵인 '우무'를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 시니어들이 영양과잉인데 우무는 칼로리가 거의 없고 흡착력이 뛰어나 장 청소에도 그만이죠."

오랜 시간 얘기를 했는데도 박 교수에겐 전혀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긴 세월 동안 강의를 한 탓일까? 얘기에도 거침이 없다. 이제 몇 달만 지나면 또 한 살을 먹게 되는데 박 교수는 그런 숫자에는 전혀 무신경한 것 같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따라 늙는다는데, 아직도 젊은 날의 열정과 의욕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 같은 박 교수에게서 삶의 한 묘수를 배우는 듯 하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항상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는 박 교수에게 세월도 비켜가 주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