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위덕대학교 교수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에 사는 요즘의 사람들은 스트레스 관리법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각종 자기계발서나 정신건강지침서, 인터넷 정보검색을 통해 쉽게 스트레스 대처법이나 관리법에 대한 내용을 자주 접하게 된다. 공감이 가는 많은 내용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스트레스 타입을 파악해서 생활을 바꿔본다"라는 내용에 공감이 가는데, 조금 더 근본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추구할 때 자신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서로의 혈액형을 물어가며 성격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얘기하며 웃고 즐기기도 하고, 각종 "재미로 보는 성격테스트"의 인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 일 것이다. 관상과 사주팔자부터 표준화된 심리검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파악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또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

나는 나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오랜 시간의 노력도 있었지만 성격유형을 파악하는 에니어그램 프로그램을 공부하면서 이 욕구를 충족한 셈이다. 에니어그램을 통해 성격유형을 파악하고 이를 공부하다보니'나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답답함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나에 대한 탐색과 성찰의 시간은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이런 저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게 내 진짜 모습일까를 고민하며 늘 내 의식 속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성격유형을 9가지로 분류하는 에니어그램은 기원전 2500여년 전 중동 아프카니스탄에서 시작돼 이슬람교 신비주의적 분파인 수피파와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 지도자들에 의해 구전되어 오다가 1980년께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교수들이 과학적으로 정리했다. 에니어그램은 '9'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ennea'와 '그래프'를 의미하는 'grammos'의 합성어이며 9개의 그래프란 뜻이다.

각각의 유형별 특징을 간단히 설명하면 1번 개혁가형은 원칙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유형이며, 2번 조력자형은 남을 위하고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유형이다. 3번 성취가형은 능력위주의 성공지향적인 유형이며 4번 예술가형은 내성적이고 낭만적인 유형이다. 관찰과 통찰력 있고 사색적인 유형은 5번 사색가형에 속하며, 6번 충성가형은 마음이 여리지만 상관과 조직에 충성을 다하고 안전을 중시하는 유형이며, 7번 낙천가형은 인생을 즐기려하고 바쁘고 생산적인 유형이다. 힘 있고 적극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유형은 8번 지도자형이며, 안정을 추구하면서 환경의 변화를 꺼리고 평화를 바란다면 9번 조정자형이다. 우리는 이 9가지 유형이 보여주는 성격적 특징을 모두 갖고 있지만 자기 성격 유형이란 가장 긴박한 상황에서 나타나며 많이 나타나고 중심이 되는 성격적 특징을 말한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를 파악해 아홉 가지 요소가 균형과 통합을 이루도록 노력한다면 통합적이며 심리적으로 건강한 인간이 될 수 있으며 상대방의 성격유형을 파악하면 갈등과 다툼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추석에 시댁을 다녀와서 "몸이 아프다"며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하는 2번의 조력가형 아내에게 "아프면 약 사 먹어"라고 말하는 5번의 사색가형 남편이나 "운동 부족이야. 움직여"라고 말하는 8번 장형 남편, 또는 "나도 아파"하며 갑자기 힘없는 목소리로 이불 속에 드러눕는 9번 장형 남편은 부인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때 아내가 2번의 조력가형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당신 이번에 너무 무리해서 그런 것 같아. 좀 쉬어"라고 말하면 아내는 그 말 한마디에 쉽게 심신이 회복되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정신적 장애로 진단될 수 있는 사례가 아닌 경우, 상담을 받으러 오는 클라이언트나 취업과 관련되어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이해시키고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서 에니어그램 검사를 받아보도록 권유하곤 한다.

가수 조성모씨의 "가시나무새"라는 노래에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네"라는 가사가 있다. 인간의 내면은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하고 세상 또한 복잡하고 어지럽다. 이럴 때 일수록 내면을 직면해서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선다면 의외로 길이 쉽게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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