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사회부장

지난 2008년 인천 월드컵경기장에서 당시 SBS해설가로 있던 신연호씨를 만난 적이 있다. 축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축구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 바로 신연호·김종부 세대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축구는 아시아의 호랑이었을 뿐 세계 무대에는 명함조차 꺼내기 힘들었다. 그런 한국이었으나 1983년 박종환감독의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세계의 강호들을 차례로 꺾으며 세계 4강에 진출, 세계 무대에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12년뒤 한국축구는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뤘고, 8년뒤인 올해 세계 U-17여자월드컵 우승과 U-20여자월드컵 3위에 오르는 등 축구강국을 향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대회의 주인공들은 어느 누구도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우리 나라 15개 프로축구 감독에도 50대초반인 최순호 강원감독과 박경훈 제주감독 다음에 바로 40대 초반인 황선홍부산감독과 신태용성남감독으로 넘어가버린다.

83년 청소년대회 18명의 출전선수중 이름이 기억되는 사람은 신연호와 김종부·김판근·이기근 등이 고작이며, 신연호가 단국대감독, 김종부가 중앙고 지휘봉을 잡고 있고, 골키퍼 김풍주가 울산현대 골키퍼코치로 활약하는 정도다. 세계청소년대회 4강의 주역이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한 모습이다. 이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지 못하고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최근 포항시의 여러 행태를 보면서 빛도 발하지 못한 채 사라져간 선수들을 떠올려 본다.

지난 2006년 포항시장에 당선된 박승호 포항시장은 역대 어느 시장보다 역동적인 자세로 시정을 이끌면서 포항시가 21세기 환동해 거점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꿈을 만들어 가고 있다.

포항시장실은 1년 365일 단 한시간도 쉴틈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체육인 출신 시장답게 포항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활달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그러나 그런 박시장이 최근 포항시내 각계 각층에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4년전에 비해 너무 뻣뻣해 졌다', '포항시가 박승호시장 개인의 것인가'라는 것이다. 업무상 박시장을 가까이에서 자주 대할 수 있었던 기자의 입장에서 이같은 평가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들어 포항에서 치러진 각종 행사를 보다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언제부터인가 포항시 간부공무원들이 박승호시장을 신격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의 입장에서 시장을 받들고 홍보하는 게 당연한 것이겠지만 도를 넘을 경우 듣기좋은 소리로 인해 박시장이 자칫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박시장도 세간의 이야기를 반영, 최근 간부회의에서 이같은 행동들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말도 들리지만 아직도 지나침이 많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늘 아침 흘러간 축구스타들의 이야기를 통해 박시장이 보다 더 낮은 자세로 시정을 살펴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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